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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주의'를 강조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실적부진에 허덕이는 카메라 사업은 계륵 같은 존재다. 수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심지어 담당 임원을 대폭 교체하지도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을 중시하는 삼성전자 스타일로 봤을 때 카메라 사업은 다소 의외"라며 "오히려 삼성전자가 더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답은 쉽다.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유독 카메라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과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 회장이 '카메라(사업) 세계 1등'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지시가 무선사업부와 카메라 사업을 합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업체들에 뒤처진 카메라 사업에 무선사업부의 '1등 DNA'를 심어 삼성 카메라를 세계 최고급 브랜드 반열로 조속히 올려놓으라는 것이 이 회장의 주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카메라를 담당하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인 한명섭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 사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 회장이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오래 전부터 카메라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을 축적하도록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매년 말 다음해 사업계획을 보고할 때 유독 카메라 사업은 직접 확인하고 사업방향에 대해 지시할 정도라고 한다.
카메라 사업에 대한 이 회장의 무한신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이 지난 2006년 사장단과의 전략회의에서 휴대폰과 TV 등 주력사업 외에 카메라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사업을 담당했던 수장들의 면면을 봐도 이 회장의 애착을 알 수 있다. 현 삼성SDI 대표이사인 박상진 사장을 비롯해 최근 임원 인사에서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현호 부사장 등이 삼성 카메라의 일류화 사업을 담당했다.
이 이면에는 카메라가 단순한 제품을 넘어 광학기술의 결정체로 향후 타 제품과의 융합 등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내부의 카메라 사업 전망은 매우 밝다.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과 대규모 투자지원, 무선사업부와의 결합 등으로 당장 올해 국내시장부터 1등에 올라서겠다는 자신감에 넘쳐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세계시장 정상도 넘볼 기세다.
업계 관계자는 "2006년 이후 카메라 사업 수장은 삼성전자에서 일등 실적을 올린 뛰어난 임원들이 담당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