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2일 밤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현재 금융사의 현실에 대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융지주사나 은행들이 정치화돼 외부에 줄을 대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주회장이나 사외이사들이 '나만의 왕국'을 꾸리는 데 대해 일갈하며 칼을 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신 내정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작심한 듯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왜일까. A금융지주회사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 말은 해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사외이사들이 은행장을 불러 술을 사게 하고 노래방까지 간다"고 고백했다.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사외이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연임잔치를 벌이면서 필요 이상의 대우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가 4일 그동안 사석에서 접한 금융당국과 금융계 고위인사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금융회사의 이 같은 후진적 지배구조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A지주회사의 경우 지주회장과 사장 간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들의 갈등에 사외이사들까지 개입하며 그룹 내 의사결정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장은 "B은행은 회장이 자회사 인사에 일일이 개입하면서 사실상 영업본부장으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C금융지주의 경우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해묵을 갈등이 최근까지 되풀이되면서 그룹 내 경영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외이사들의 권력남용도 도를 넘고 있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임기를 사실상 자기들끼리 정하다 보니 주주의 이익은 자신들과 관계없는 부분이 돼버렸다"며 "사외이사나 회장의 전횡을 견제할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나 금융지주 회장에게 편중된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대주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ㆍ신한ㆍ하나금융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경제는 금융당국 수장의 교체를 계기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구멍 뚫린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해부해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