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난 1년 대책반장으로만 지내… 제대로 사장 노릇 해보고 싶어

■ 조환익 한전 사장 전직원에 편지


"이젠 정말 한전 사장 노릇(?)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지난 1년은 한전 사장이라기보다 대책반장으로만 지낸 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1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조환익(사진) 한전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송년 편지를 보냈다. '한전 사장' 노릇 한 번 해보고 싶다는 편지에는 지난 1년 겪은 사건들에 대한 애환이 녹아 있다.

사실 지난 1년 조 사장의 역할은 불을 끄러 다니는 소방수에 가까웠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부터 여름 전력난에 세계에너지 총회와 공기업 개혁까지, 초임 사장이 치르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다. 밀양으로 직접 찾아간 것만 26차례에 이른다.


그래도 비교적 선방했다. 밀양 사태는 진통이 남아 있지만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포천과 군산에서는 주민들과 송전탑 갈등이 원만히 봉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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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혀 있던 정부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직원들과 소통한 점도 평가를 받는다. 한전과 정부와의 관계는 전임 사장 시절 최악이었다. 한전 이사회가 의결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가 뒤집고 한전이 다시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하지만 올해 한전은 정부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했고 '마의 벽'으로 불리던 5%를 넘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이끌어냈다. 산업부 전력산업국 관계자는 "조 사장 취임 이후 정부도 한전 사람들도 일하기 좋아졌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조 사장의 역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무엇보다 비전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요관리로 전환되고 판매 민영화 등 전력 구조개편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전이 어떤 역할을 할지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전기 판매 외에 미래 먹거리는 무엇으로 할지, 전력 공급의 최대 화두인 송전망 건설을 어떻게 추진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등의 원전 수주 시장이 열린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멈춰선 원전 수출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한전 사장의 몫이다.

조 사장은 내년 화두로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뜻이다. 조 사장이 전력산업계의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모아 이익을 만들어 낼지 관심이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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