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사이언스]제주도 도깨비도로
착시현상으로 실제 지형 혼동
제주도에 가면 자연현상과는 반대되는 아주 이상한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한라수목원에서 약 5km정도 떨어진 곳에 가면 도깨비 도로라는 지역이 있는데 과연 도깨비가 나오는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신비의 도로라고도 불리는 이 도로는 내리막길인데도 차가 거꾸로 올라간다고 해서 도깨비 도로라고 붙여졌다고 한다.
보통 내리막길에 차를 세워 놓으면 중력에 의해 차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도로는 이러한 상식과는 달리 차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발견된 당시에는 이 도로에 신비로운 힘이 있어 차를 거꾸로 끌어올린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신비로운 현상을 목격하기 위해 찾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 도로는 눈의 착시현상으로 실제 경사도가 낮은 곳이 시각적으로 높게 보이는 것이며, 실제로 고도측정을 해본 결과 가장 낮게 보이는 지점이 가장 높게 보이는 지점보다 기울기가 1도 정도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착시현상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태양이 수평선이나 지형선에서 뜨거나 질 때는 중천에 있을 때보다 크게 보이는 것도 착시현상이다.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양쪽에 큰 트레일러가 있는 사이를 추월할 때 내가 타고 있는 차가 빨리 간다고 느끼지 않고 트레일러가 뒤쪽으로 가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착시현상은 또 기차역에서 상하행선이 동시에 정차해 있다가 상행선이 서서히 출발하면 하행선에 있던 사람이 자신이 타고 있는 기차가 움직이는 것으로 느끼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착시현상을 보고 있으면 예민한 사람은 멀미를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눈에서 보내는 풍경의 수평 방향 신호와 귓속에 있는 세반고리관에서 보내는 몸의 평형신호가 서로 틀려 뇌에서 혼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건축구조 중에 배흘림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일자식 기둥은 착시현상으로 중간 부분이 가늘게 보이기 때문에 불안정하게 느낀다.
기둥 높이의 3분의 1 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늘게 하는 이 배흘림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수법으로 서양건축의 엔타시스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여행 도중 어느 장소를 지나가거나 정지해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 그 곳의 지형이 바로 제주도의 도깨비 도로와 같이 착시현상을 나타내는 곳으로서 주위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또 하나의 도깨비 지역을 찾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