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장 긴급진단] 미봉책으로 버틸시간 없다

금융감독위원회등 당국은 그동안 조기에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대우채권이 정상채권으로 될 가능성이 보이면 금융시장 혼란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6개월을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시장상황이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긴박한 현실=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미봉책으로 문제해결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채권 시가평가의 조기실시나 대우채권만을 모은 배드펀드 설정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금융기관들은 현재 금융감독위원회등 감독당국의 직접적인 규제와 수익증권 판매사인 증권사들의 요청으로 수익증권 환매요구를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대우채권 부분이라도 가능한 조기에 환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있어 비대우채권 부분이라도 수익증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증권·투신권의 유동성 문제도 환매를 재촉하고 있다』며 『시장에 팽배한 채권 시가평가 조기실시설도 시장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투신사들의 유동성 문제는 더욱 심각하면서도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대형 증권사들은 환매가 집중되면서 투신사로부터의 펀드 해지는 어려워 대규모 미매각 수익증권을 떠 안았다. 유동성 부족은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개인들에 대한 MMF환매제한 해제를 계기로 일부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전면적인 채권 시가평가의 조기실시, 배드펀드 조성등이 파국을 막기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감위 역시 여러가지 비상대책을 검토중이다. ◇채권 시가평가의 전격실시=금융시장의 많은 관계자들은 채권 시가평가의 조기실시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현재 투신권이나 은행권의 대다수 펀드들은 장부가 평가방식이다. 즉 채권 표면수익률(COUPON RATE)를 하루하루 나눠 이를 매일매일 펀드 기준가에 더해주는 방식으로 수익증권 기준가를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펀드들은 대우채권등 부실채권 때문에 장부가 보다 실제 수익률이 훨씬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고 이를 투신사들이 감당하다 보니 투신부실도 깊어져 현재의 위기를 낳고 있다. 따라서 시장관계자들은 증권사나 투신사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이 커진 만큼 채권 시가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면서 손실분은 수익자와 증권·투신사, 정부가 나눠 부담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면적인 시가평가를 실시하면서 대우채권등 시가평가가 어려운 채권들은 시가평가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실 가치를 평가한다. 평가위원회의 평가과정등을 거쳐 한 펀드의 실가치가 결정되면 손실을 수익자와 판매·운용사, 정부가 각각 분담하는 비율을 정한다. 대우채권의 경우 기간별 지급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우채권과 비대우채권을 나눠 손실분담률등을 정한다. 예를 들어 대우채권에서 30%의 손실이 드러나고 비대우채권 부문에서 20%의 손실이 나왔다면 이를 각각 3부분으로 나눠 투자자, 증권·투신사,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채권 시가평가가 전격적으로 실시되면 펀드부실이 한꺼번에 노출되면서 금융시장에 대규모 환매와 같은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어차피 대우채권 때문에 펀드부실이 노출되고 있는 과정에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고 새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장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배드 펀드 설정=투신권에서는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가능한 조기에 받기 위해 배드펀드 설정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한 펀드내에서 대우채권과 비대우 채권을 나누는 것은 펀드별로 내부에 배드펀드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펀드내 배드펀드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투신권은 대우채권을 한 곳으로 모아 배드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정부의 공적자금이 지원될 것을 바라고 있다. 즉 대우채권 손실률을 30%라고 하면 배드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각 펀드가 갖고 있는 대우채권을 판다. 이때 손실을 투자자, 증권·투신사, 정부로 3등분하면 각 펀드는 대우채권을 투자자 손실분 10%를 제하고 남은 가격으로 팔고 배드펀드에서 부담해야 하는 손실 20%는 정부가 10%, 증권·투신이 10% 씩을 분담한다. 문제는 정부가 이같은 특단의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건성숙을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이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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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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