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더불어 사는 지혜


11월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간의 레이스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히스패닉계의 표심은 정권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변수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히스패닉계는 5,200만명으로 전체 미국 인구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sㆍ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ㆍ노스캘로라이나ㆍ버지니아ㆍ네바다 등의 선거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인구뿐 아니라 경제력 면에서도 소비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히스패닉의 파워는 커졌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의 64%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경제가 바닥을 헤매면서 저소득층이 많은 히스패닉의 지지열기가 지난 대선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얼마 전 오바마 대통령이 취한 부모를 따라와 미국에 불법체류하게 된 청소년들에 대해 추방을 유예하고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도 사실상 히스패닉계를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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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전략은 통했다. 전체 미국민들의 70%, 히스패닉의 87%가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했다. 지난달 말 미 대법원이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한 애리조나주의 이민법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 인종의 전시장으로 일컬어지는 뉴욕에서는 히스패닉계는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전체 뉴욕 인구 가운데 24%를 차지하는 주요 민족이다. 한인들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뉴욕, 뉴저지 일대의 퍼져 있는 식당ㆍ세탁소ㆍ이사운송업체 등 한인기업 및 업소들도 많은 수의 히스패닉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단순 노동이나 허드렛일을 한다.

이러한 한인 업주들과 히스패닉계 종업원 사이에서 마찰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일부 한인업주들이 히스패닉 종업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최저임금조차 지불하지 않는 사례들이 현지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한인 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계 종업원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욕설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언어 문제까지 겹쳐져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소지가 크고 이것들이 쌓이면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의 전언이다. 미국에서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피부색이나 언어가 다른 여러 민족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이는 또 비단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은 물론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이 새삼 떠오른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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