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아차 노조는 지금 대변신중

'17년 연속 파업' 강경 이미지 벗어나<br>노사전문위 출범등 회사 구하기 나서

기아차 노동조합이 신차 모하비의 생산라인에 기존 인력 96명의 전환배치에 합의하며 노사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조남홍(오른쪽) 기아차 사장과 김상구 노조위원장이 지난해 12월15일 충남 태안군 이안면 꾸지 나무골 해수욕장에서 원유유출 사고 방재활동을 함께 벌이며 ‘2인3각’의 힘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차량을 (출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월3일 기아자동차의 신차 ‘모하비’ 발표회장. 파업이나 시위 현장도 아닌 신차 발표회장에 김상구 기아차 노조 지부장을 비롯해 20명의 노조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내막을 모르는 회사 직원 중 일부는 노조가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입에서는 “노조가 직접 나서 파업을 자제하고 고객서비스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주도의 파업 때마다 선봉에 섰던 기아차 노조의 극한 투쟁 분위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아차 노조가 대변신 중이다. 2년 연속 적자의 경영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노조가 발벗고 나섰다. 이에 기아차 경영진은 ‘매우 감동적’이라며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기아차 노조는 2일 신차 모하비 생산라인의 96명 전환배치에 흔쾌히 동의함으로써 1월3일 김 위원장의 약속을 지켰다. 선언에 그친 게 아니라 실질적인 노사상생을 실천한 것이어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전환배치를 놓고 노조의 반발로 인력이 부족한 생산라인에 기존 인력을 투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렸던 기아차의 고민이 일거에 해소된 셈이다. 환골탈태하는 기아차 노조의 변화는 1월30일에도 확인됐다. 내년에 도입할 예정인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사전문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위원회는 노사에서 각각 8명씩 참여하고 여기에 노사가 공동 추천한 8명의 노동 분야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근무형태 ▦임금체계 ▦생산량 ▦협력업체 등 4개 분과로 나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대승적 결단을 내린 데는 10여년 동안 극한 대립과 투쟁을 한 결과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생산성이 뒷걸음질쳐 존립 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과 자각이 깔려 있다.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무분규 임금협상에 성공했던 것도 자극이 됐다. 고임금을 요구하는 파업을 보며 국민들이 기아차 불매 운동에 나선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사실 기아차 노조는 1991년부터 17년 연속 파업해왔다. 그 사이 노조원들은 매년 8.8~57%의 임금인상에 더해 매년 200만원가량의 격려금을 탔다. 뿐만 아니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기본급의 200~300%에 달하는 성과급도 받았다. 문제는 이런 고인건비 구조 속에서 생산성과 이익이 향상되지 못해 경쟁력을 갉아먹은 것. 기아차 이익은 2002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5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기아차 노조는 현재 생산구조의 경직성과 국내 생산·판매의 고비용 구조의 심각성을 깨닫고 질적 변화를 시작했다. 이는 기아차가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나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노조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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