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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시점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원리가 우리나라 연구진을 통해 밝혀졌다. 이를 종자품종개량에 활용하면 농작물의 상품성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영숙 포항공과대학 교수와 강주현 스위스 취리히대학 박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작물의 종자가 너무 일찍 발아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원리를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조기 발아를 방지하는 식물 호르몬인 앱시스산(ABA)를 수송하는 단백질(수송체)과 그 수송 원리가 풀렸다는 것이다.
작물 종자는 물과 햇빛, 온도를 비롯한 환경이 성장에 좋은 조건을 갖췄을 때 발아해 싹을 틔우는 데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식물의 본체로 성장하는 ‘배’에 영양을 공급하는 조직인 ‘배젖’에서 ABA를 합성해 배아에 공급함으로써 발아를 억누른다. 연구진은 이때 ABA를 배젖에서 배아로 전달하는 단백질 수송체를 찾는 과정에서 4개의 수송체가 ABA 등의 호르몬 전달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중 2개 수송체는 배젖의 세포막에 위치해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하며 다른 2개 수송체는 배아의 세포막이 해당 호르몬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즉, 씨앗의 조기 발아 억제는 이들 4개 호르몬이 상호 협동해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게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됐다.
이영숙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발아 억제 유전자들을 이용하면, 휴면 상태를 더 잘 유지하는 돌연변이 종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각종 종자 품종 개량사업에 응용하면 시기에 맞지 않는 발아 때문에 농산물의 상품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