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나는 과연 천리마인가?

世有伯樂(세유백락) 然後有千里馬(연후유천리마) 千里馬常有(천리마상유) 而伯樂不常有(이백락불상유) 세상에 백락이 있어야, 그러한 뒤에야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다. 그러나 백락 같은 사람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당나라 시대의 문장가 한유가 잡설(雜說)을 통해 한 말이다. ‘천리마는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남을 알아주는 백락(천리마를 알아보는 명인)은 늘 있지 않다.’ 즉 ‘인재는 늘 있지만 그것을 알아줄 사람은 많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선배로부터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내가 그 분야에서 소위 말하는 ‘방귀깨나 뀌고’ 있으니 그런 부탁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선배가 부탁한 사람을 얼른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선배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과연 사람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그 사람을 못 찾아서 그럴까.’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간 한유의 문장을 떠올려봤다. ‘과연 천리마가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백락이 아니라서 그럴까.’ 한유의 말을 곱씹어보면 ‘천리마와 백락은 서로 통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선배가 부탁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나 역시 천리마도, 백락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지금까지 천리마인줄 알고 세상을 살아왔다. 내가 좀더 좋은 위치에 가지 못하는 것은 한유의 말처럼 알아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문장을 다르게 해석해봄으로써 내 자신을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지금껏 백락이 없다는 것만 탓하고 있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나 자신부터 천리마가 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래야 백락도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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