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원“속수무책… 납회주가 연중최저만 면해도 다행”/거래소후장들어 낙폭커지자 시장대리인 ‘망연자실‘/객장“국민 생각않는 공주병 정치인들 원망스럽다”주가가 연일 폭락세를 거듭하며 「증시공항」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노동관계법 날치기 처리」에 따른 노총 파업으로 주식투매현상까지 가세, 주가지수가 다시 연중최저치를 밑돌았다. 증권관계기관과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살펴본다.
○…증권감독원은 후장들어 주가가 폭락하자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라며 침통해 하는 모습.
시장관리실의 한 관계자는 『후장들어 주가가 급락하자 사방에서 어떻게 된 일이냐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으나 마땅히 대답해줄 말도 없는데다 대책도 없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증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이러다가 납회일에도 주가가 하락해 증시사상 처음으로 납회주가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는 비참한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우려.
한편 증감원측은 이날 주가폭락에 대해 『여당의 노동법 기습처리로 인한 총파업 우려감과 검찰이 미제로 남은 불공정거래 종목의 처리를 서두를 것이라는 루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나름대로 분석.
○…지수가 급락하자 증권거래소 포스트도 위기감이 팽배했다. 특히 후장들어 지수하락폭이 확대되자 증권시장 시장대리인들은 망연자실하면서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감이 확산됐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주식투매현상이 늘어나자 대리인들은 일손을 놓고 힘없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허탈해 했다. H증권의 김모대리는 『하루만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파는 것은 내년 주식시장이 더 악화된다는 말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주위에 있는 동료들도 『통탄할 만한 일』이라며 넋을 잃은 표정들이었다.
○…증권업협회는 증권사 사장단들이 주식순매수를 결의한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또 다시 폭락하면서 연중최저치를 밑돌자 참담한 표정.
이날 증권업협회는 마침 정례이사회 일정이 잡혀 33개 증권사 사장단들이 속속 회의장에 참석했으나 주식시장의 폭락사태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채 허탈한 분위기였다.
증권업협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가 이달들어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분주하게 나섰으나 정작 결정적인 시점에 가서는 찬물을 끼얹는다』며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주식시장만 놓고 볼 때 종합주가지수가 문민정부 출범 당시의 수준으로 퇴행한다는 것은 정부의 「경제관리」에 대한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폐장 하루를 앞두고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하자 증권사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선경증권 압구정지점의 조성로지점장은 『연말 장세가 이렇게 험악한 것은 처음본다』며 『신용거래로 큰 타격을 입은 고객들을 대할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S증권사의 한 임원은 『근로자 주식저축 허용후 회사차원에서 유치 캠페인을 벌었는데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이들 투자자를 대할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고 토로. 내년 증시전망과 투자전략을 짜야할 각 증권사 투자분석부와 조사부 직원들도 『막판까지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니 내년 전망이고 뭐고 일할 맛이 안난다』며 일찍 퇴근해버려 사무실의 썰렁함을 더했다.
○…증권사 객장에 모인 일반투자자들은 지수가 곤두박질 치자 참담한 표정들. 특히 객장 상주 고객들은 정치권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터뜨렸으며 종합주가지수가 문민정부 출범당시 수준으로 떨어지자 객장 한쪽에서는 『증시에서는 이미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한 투자자는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주가가 폭락하는데도 정치권은 내년 대통령선거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증권사 영업담당 직원은 『정치인들은 다른사람(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고 자기 잘난 척만 하는 공주병환자』 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