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현실화 못지않게 부상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의 대북 정보력과 정보를 취합, 분석할 기술력이다.
지난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핵실험 추정 장소는 두 번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미국이 최초에 추정한 장소로 의견일치(?)를 봤다. 핵실험 뒤 방사능 채취 문제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북한이 핵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 관련장비 확보에는 늑장을 부렸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뒤 며칠이 지나 크세논 측정장비를 스웨덴에서 긴급 공수해왔다고 과기부는 당시 대단한 ‘쾌거’인양 밝혔다.
그 뒤 “방사능 물질이 잡히지 않았다”는 발표만 거듭했다. 문제는 긴급공수해왔다는 크세논 측정장비는 ‘공기를 채집’하는 기능만 있을 뿐 방사능 여부를 확인하는 장비가 아니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 미국이 방사능 물질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방사능 물질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자료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정보의 한 발 늦은 상황은 17일 오전에도 나타났다. 미국ㆍ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됐다는 보도를 먼저 내놓았다. 청와대는 즉각 “정부는 징후를 파악하고 있다”며 “한미간 정보공유 등 강화된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는 데 그칠 뿐 그 이상의 발표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핵 사태를 보면서 한국정부가 미국의 정보력에 철저하게 의존하고 있을 뿐더러 자체적인 정보 분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상도 1m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던 다목적인공위성 2호가 핵실험 추정지역을 촬영하지 않은 채 활용되고 있던 것도 정보의 유기적 활용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