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9월 28일] 공정사회와 가격담합

시장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조정이다. 세계 각국은 효율적인 경쟁시장을 조성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담합 등의 불공정거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가격담합 과징금이 전세계 매출액의 10%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경쟁감독당국 벌금과 최대 10년의 징역형은 물론 민사소송 및 집단소송으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경쟁업체 사람들이 만나 식사를 하는 것도 담합행위로 보며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기로 한 기업 간의 합의조차 담합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올해 해외경쟁법전문지 GCR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38개 경쟁당국 중 7위로 평가했다. LPG담합ㆍ퀄컴 등의 경쟁제한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재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가격담합으로 엄청난 벌금을 물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LG 디스플레이는 4억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뉴욕주와 플로리다주 검찰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제소했으며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항공회사도 운송가격 담합으로 3억5천만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 주도로 한정된 자원을 소수의 수출기업들에 집중 배분해줬고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소수의 대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다. 또한 수출중심의 발전전략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들이 수출시장에서 입은 손실을 국내에서의 높은 가격으로 보존해줬고 국민들은 높은 가격을 묵묵히 감내해왔다. 우리 기업들의 담합 행위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가격담합은 물론 국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관행도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대기업이 독점 생산한 원재료가 국외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우리 중소기업에 판매된다면 그 중소기업의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국가경제를 위해 높은 가격을 감수해온 우리 국민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이윤을 높이는 역할까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시장의 경쟁원칙이 우리나라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을 강화하고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산발적인 조사와 설득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장의 경쟁원칙이 모든 기업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가 국민을 위한, 국민이 원하는 공정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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