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도 '글로벌 경영체제' 확산

해외진출 급속히 늘어 CEO들 '두집 살림'<br>"국내 1위 넘어 세계 1위 되려면 뛰어야 한다"<br>中·印 등 한달에 보름이상 머물려 현장챙겨

오정현 SSCP 사장

한부영 디오스텍 사장

임경식 동아화성 사장

‘월요일과 화요일은 경기도 안성 본사 및 김해 진영공장, 수ㆍ목ㆍ금요일은 중국 출장, 토요일과 일요일은 유럽 출장’ IT관련 특수도료를 생산하는 SSCP 오정현(35) 사장의 일주일 일정표다. 중국의 상하이, 텐진, 혜주 등 3곳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오 사장은 한 달에 보름 가까이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머물러 ‘중국 사람이 다 됐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심심찮게 듣는다. 최근 오 사장처럼 해외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크게 늘면서 중소기업계에도 ‘글로벌 경영 체제’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본사는 디자인 및 기술개발 등 핵심 업무를, 생산 및 해외 영업은 현지 법인으로 이원화하는 중소기업들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이른바 ‘두 집 살림’을 하는 CEO들이 급증하는 것.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중국, 인도 등 해외 법인에서 머무는 이들은 현지에서 인터넷이나 휴대폰 로밍 서비스를 통해 그때그때 각 사업장에 지시를 내리고 업무를 처리하는 등 대기업 못지 않은 신속한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오 사장은 “정보통신 기술 발전으로 국내외 어디서든 업무를 보는 데 어려움은 없는 편”이라며 “본사와의 원활한 업무 협력을 위해 현장을 직접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요 고객사가 삼성, LG,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인 만큼 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도 글로벌 경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조만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도 진출하고 프랑스나 독일 등지엔 R&D센터 구축 계획을 갖고 있어 오 사장의 해외 체류 기간은 더더욱 늘어나고 있다. 미혼인 그는 “결혼후에도 잦은 해외출장탓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것이라는 각오는 이미 하고 있다”며 당찬 의지를 드러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고무소재 제조기업인 동아화성의 임경식(57) 사장도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3곳에서 현지법인을 가동하고 있는데 현대차, LG전자 등 협력업체들과의 정기적인 회의가 많아 한 달에 보름 가까이 중국 무석시 현지 법인 사무실에서 화상회의나 이메일로 업무를 본다. 임 사장은 “협력업체와의 회의의 경우 임원급이 참석해도 되지만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직접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어드라이기와 헤어컬 등 소형가전을 중국 절강성과 복건성에서 생산하는 휴렉스의 김유수(45) 사장의 중국 체류기간은 한 달에 20여일. 김 사장은 “제품개발, 자금조달, 마케팅 등 회사의 모든 업무를 사장이 직접 챙겨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시설이 해외에 있을 경우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면서 “국내에 무슨 일이 생겨도 중국도 인터넷이 잘 보급된데다 핸드폰 로밍 서비스도 편리하게 돼 있어 업무를 처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 러나 그는 “한 달에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데다 그나마 국내에 있는 동안에도 평일이나 주말 상관 없이 회사에 있어 식구들한테는 항상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용 렌즈모듈을 생산하는 디오스텍의 한부영(41) 사장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과 대만 시장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심천과 대만에 위치한 렌즈모듈 외주 생산공장, 최근 상하이에 문을 연 판매법인을 들러보고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 달에 보름 정도는 중화권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한 사장은 “국내 1위에 머물지 않고 세계 1위 렌즈모듈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사장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경영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해외 진출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가운데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이나 디자인 등 핵심 업무를 국내 본사가 관장하고 해외 법인은 생산이나 현지 영업에 힘을 쏟도록 하는 이원적인 시스템을 잘 운영하면서, 동시에 해외에도 경쟁업체들이 많은 만큼 현지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