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하벙커는 지구 대재앙 막을 '노아의 방주'

"핵전쟁·소행성 충돌·태양 폭풍에도 끄떡 없어요"<br>美 '테라 비보스' 내년초 완공<br>거주모듈은 호화 호텔 방불… 입주 신청 5,000명 넘어서<br>"혹세무민" vs "생명보장" 팽팽… 다른 방공호 건설도 잇따라

테라 비보스 입주자들은 향후 200년간 어떤 재앙이 닥쳐와도 지하벙커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스토. 인적 없는 황무지인 이곳에 가면 작고 단출한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일견 창고로 보이는 이 건물은 여느 평범한 건물이 아니다. 전지구적 대재앙에서 인류 종말을 막아줄 21세기형 노아의 방주 '테라 비보스(Terra Vivos)'의 출입구다. ◇세계 최초 민간용 지하벙커=테라 비보스는 민간인을 위해 설계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지하벙커다. 핵전쟁, 소행성 충돌, 슈퍼바이러스, 태양 폭발 등 지구상에서 발발 가능한 모든 인류 종말 시나리오로부터 사람들을 완벽히 방호하는 것이 이곳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 이를 위해 테라 비보스는 첨단 과학과 엔지니어링 공법을 동원, 막강한 물리ㆍ역학적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적용 기술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발자인 로버트 비치노에 따르면 16㎞ 떨어진 곳에 50메가톤급 핵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으며 시속 725㎞의 강풍, 매그니튜드 10의 초강진도 이겨낸다. 또한 지면 온도가 670도에 이르러도 10일간 안전하며 물에 침수된 채 3주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완전 밀폐 시스템과 공기정화 장치를 통해 생화학 공격과 방사능까지 막아낸다. 입구 역시 전차의 공격에도 끄떡 없는 1,360㎏의 방폭 철문이 채용돼 있다. 내년 초 완공될 이 벙커의 입주자는 최대 135명으로 이들이 1년간 사용할 식량과 의복이 비축될 예정이다. 내부는 중앙 거실을 중심으로 거주모듈이 문어발처럼 뻗어 있는데 1인당 점유면적은 9.3㎡ 정도지만 고급 요트용 자재로 인테리어를 하고 TVㆍ노트북ㆍ세탁기ㆍ양변기ㆍ의료실 등을 구비해 입주자들은 호텔과 같은 럭셔리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건설비용이 1,00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입주권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성인은 5만 달러, 미성년자도 2만5,000달러나 한다. 하지만 반응은 뜨겁다. 신청자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폐쇄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장기 거주해야 하는 특성상 인성ㆍ가치관 등을 까다롭게 심사해 수백명만이 입주를 허락 받았지만 말이다. ◇혹세무민 VS 생명 부활의 씨앗=이에 비치노는 바스토를 포함, 미국 전역에 19개소 이상의 테라 비보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보안상 정확한 위치는 비밀이지만 이미 냉전시대에 건설된 지하벙커 6곳의 추가 인수를 완료한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테라 비보스의 인기에 힘입어 동일 목적의 호화 방공호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텍사스주의 래디어스 엔지니어링은 2,000명이 5년간 거주 가능한 유리섬유 지하벙커 건설을 천명했고 캔자스주에서는 폐기된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지하 7층의 방사능 낙진 대피소로 개조하는 1,200만달러 규모의 서바이벌 콘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콜로라도 소재 하든드 스트럭처스의 경우 지하벙커와 주택을 일체화한 원더 빌딩 사업을 전개, 활황을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이래 계약자가 40%나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종말론, 2013년 태양폭풍 대란 등이 대두되며 시민들의 심적 불안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들을 종말론에 기대어 혹세무민하는 무리라고 폄하한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뿐 현재로서는 인류 멸망을 불러올 분명한 위협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치노의 생각은 다르다. 테라 비보스는 소화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한다. 화재 우려가 낮다고 소화기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듯 눈앞의 재앙이 없다고 테라 비보스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는 미국 파퓰러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테라 비보스는 생명보험이 아닌 생명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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