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너기업이 위기에 강하다"

의사결정 빠르고 장기비전 세워 경영 가능<br>FT "전문경영 기업보다 경기침체 잘 극복"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기업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춘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기업이 경기 침체를 더 잘 극복한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자동차부품회사로 창립자 가문이 줄곧 경영하고 있는 독일 보쉬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태양발전회사인 에르솔을 1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지난 3개월간 5차례나 기업 인수 계약을 맺었다. 스페인의 오너기업으로 에너지 사업을 하는 인헤테암은 올해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600명을 신규채용해 전체 근로자 수를 3,600명으로 늘렸다. 이탈리아의 전동공구기업으로 카르나기 가문이 4대째 경영하고 있는 피에트로 카르나기는 지난 2005년 3,900만달러, 2006년 9,400만 달러의 수익을 낸 데 이어 내년에는 1억5,700만 달러의 수익 돌파가 예상된다. 독일의 오너기업 쉐플러는 지난 15일 자신들보다 규모가 세 배나 큰 세계 최대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컨티넨탈을 약 178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쉐플러는 베어링 제조 기업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업체다. 컨티넨탈은 쉐플러의 인수 제의를 일단 거절했지만, 경기 부진으로 M&A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쉐플러의 힘에 놀라 가족경영을 새롭게 조명하는 분위기다. FT는 대대손손 물려줄 생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들이 차근차근 현금을 비축해두고 금융시장의 부침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프란츠 페렌바흐 보쉬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당장 고수익을 내는 것보다 연간 7~8%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대비하자는 게 경영신조”라고 밝혔다. 오너 기업의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워런 버핏은 최근 스위스ㆍ스페인ㆍ독일ㆍ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사들일 만한 오너 기업이 있는지 둘러보기도 했다. 버핏은 “오너기업들은 주주들의 변덕스러운 요구와 분기별 실적발표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위트너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오너기업들의 수익률이 비오너 지배구조를 채택하는 기업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문회사인 베인앤컴퍼니도 오너 기업에 대해 “재정상황이 양호해 신용등급이 높은 데다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한 오너기업의 회장은 “애널리스트들에게 분기별로 실적을 평가당하고 5년이면 계약이 끝나는 전문경영인들이 15년 후를 살피겠느냐”며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물론 모든 오너기업이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FT는 일부 오너기업은 경기침체의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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