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서울시 '박원순 코드 맞추기'

정책 불확실성은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risk)이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면 시장의 혼란은 가중된다. 정책의 파급효과가 큰 부동산 시장은 더욱 그러하다.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중심을 잡고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사람은 바뀌지 않았는데 입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쏠리고 있는 의혹이다. 발단은 개포시영아파트와 개포주공 2ㆍ4단지의 정비구역 지정 안건의 '보류'결정. 서울시는 "정비구역 지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위원회에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말이 안 맞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더기 보류 결정된 개포 재건축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는 독자적인 권한이 있다. 위원들도 오세훈 전 시장 때 임명된 분들 그대로다. 제 의사가 직접 전달된 것은 없지만 제 철학이 조금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개포 단지에 종 상향, 또는 다른 방법을 써서 임대주택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기 때문에 보류됐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결국 일련의 사태들은 위원들이 박 시장에 코드를 맞춘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만난 서울 강남구 미개발 지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14년 동안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수시로 변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개포 재건축 조합과 주민들은 "서울시의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에 '충실한'정비구역 지정안을 올렸는데 보류 결정이 난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새로 바뀐 시장의 재건축 철학을 앞으로의 재건축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정말 재건축 계획안이 주민 복리에 반한다면 위원회의 보류 결정을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조합과 강남구청, 서울시에서 불과 몇 개월 전에 합의한 계획에 갑자기 메스를 대는 것은 '불확실성'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그것이'코드 맞추기'의 결과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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