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 대형영어마을 '위기'

적자 눈덩이에 입소율 40~60%로 급감<br>민간위탁운영 전환따라 지원금 끊겨 적자 확대<br>풍납동등은 기업체 후원학생들로 채우기 급급<br>소규모 거점영어마을도 생겨나 학생 이탈 심화

영어격차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설립한 풍납ㆍ수유동 대형 영어마을들이 입소자 수 감소와 적자 규모 확대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부터 영어마을이 100% 민간 위탁운영으로 전환되며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지원이 끊겼고 최근 각 자치구가 소규모 거점 영어마을과 학교 내 영어마을 설립을 본격화하며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Y사(수유동 영어마을), K사(풍납동 영어마을) 등 영어마을을 운영하는 위탁 교육업체들은 자사 학원 학생 등으로 입소자를 채우는 형편이 돼 저소득층 학생 등 공공을 위해 시민 세금 수 백억원을 쏟아 만든 영어마을이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풍납ㆍ수유동 영어마을의 적자 규모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만 각각 3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적자 규모가 커지는 것은 가격이 비싼데다 학교에 영어 교육시스템이 대거 들어서는 등의 요인으로 입소자수가 초반에 비해 급감했기 때문. 시의 ‘영어마을 운영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각 영어마을의 입소율은 풍납동 영어마을이 60%, 수유동 영어마을이 40%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04년 영어마을이 처음 개원했을 때 입소 경쟁률만 30대 1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셈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입소자의 대부분을 위탁 교육업체 학원 혹은 기업체 후원 학생들로 채우는 일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풍납동 영어마을의 정규프로그램 신청자는 355명으로 전체 정원 1,800명의 20%에 불과했지만 실제 입소자는 993명으로 638명은 신청자 외의 학생으로 채워졌다. 여기에 최근 설립되고 있는 노원ㆍ영등포구 등에서의 소규모 거점영어마을과 학교 내 영어마을이 기존 영어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저예산으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학교 내 빈 교실을 활용한 소규모 영어마을은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그러나 대형 영어마을들이 이처럼 외면 받고 있음에도 아직 뾰족한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어마을의 원조 격인 경기도의 파주 영어마을은 공공재 형식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도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투입된다는 비판이 잇따라 모범 사례로 삼기는 힘들다. 남승희 시 교육기획관은 “올해 초부터 전국 영어마을의 실태를 파악하며 효과적인 영어마을 운영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6월께 영어마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민간 위탁운영이라는 큰 틀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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