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2부]<2>히트상품이 나오게 하자<br>'한국판 마젤란펀드' 개발 서둘러야

펀드 평균 수탁고 美의 2.5% 불과<br>'덩치' 앞세운 외국계와 경쟁 불가능<br>규제완화 '색깔있는' 펀드 육성 시급

[자본시장을바로세우자 2부]히트상품이 나오게 하자'한국판 마젤란펀드' 개발 서둘러야 펀드 평균 수탁고 美의 2.5% 불과'덩치' 앞세운 외국계와 경쟁 불가능규제완화 '색깔있는' 펀드 육성 시급 • 맞춤식 서비스로 10년간 25배 수익 • "간접투자 기간 1~3년 적당" • 1부 주식투자 개념 바꾸자 주식도 저축이다 노후 플랜을 짜자 페어게임 룰 보강해야 '주주중시 경영'의 참뜻 • 2부 슈퍼증권·투신사 나올 때다 시장지배력 높여줘라 ‘피델리티, 푸르덴셜투신, PCA투신(가칭) 등등.’ 앞으로 일반인들의 귀에 자주 오르내릴 다국적 초대형 금융기관들이다. 푸르덴셜은 현대투신을 인수해 이미 국내 투신영업을 시작했고,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자산운용업체 피델리티는 국내영업 허가를 요청해 놓고 있다. PCA는 올해 안에 대한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채비다.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국내 44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외국계 자본이 투자한 곳은 전체의 1/3이 넘는 16개사다. 지분율이 50%를 넘는 곳도 18%인 8개사에 달한다”며 “한국은 이미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 들었다”고 선언했다. 이들 다국적 금융기관과 맞서 대항할 국내 투신ㆍ증권사들은 하지만 진검승부를 펼쳐보기도 않고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히트 상품이 나오게 하자=미국 뮤추얼펀드협회(ICIㆍInvestment Company Institute)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04년까지 한국의 자산운용시장은 성장률 마이너스 27%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1분 1초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국내 자본시장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6년째 거꾸로 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상품 경쟁력이 없어서다. 물건이 좋아야 손님도 모이기 마련.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온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히트상품이 등장하지 못하는 풍토에서 금융상품 경쟁력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7월말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펀드는 총 6,384개로 미국(작년말 기준 총 8,126개)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펀드당 평균 수탁고는 247억원(1조원 이상 초대형 펀드는 11개)으로 미국의 2.5%정도에 불과하다. 수탁고가 이 정도 커진 것도 그나마 최근 자산운용업법이 마련되면서 소형 펀드를 해지시키거나 중대형 펀드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우 사장은 “수조, 수십조원 짜리 히트 펀드가 등장하려면 지금이라도 상품설정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고, 펀드간 수익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네가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본시장에 대해 “제한된 투자대상을 놓고 특징없이 고만고만한 금융상품들만 잔뜩 늘어놓은 채 경합해온 불완전 경쟁시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쉽게 말해서 ‘조그만 장터에서 가격도, 품질도 유사한 단일 품목들만 갖춘 채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는 모습’이란 의미다. 자본시장의 속성상 금융상품의 성패는 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의 능력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렸다. 금융기관의 능력은 다양한 실험(상품 개발)과 치열한 경쟁(수익률 경합)에서 다져진다.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허락된 상품만 만들어 내는 방식(포지티브 시스템ㆍpositive system)으로는 투자자들의 눈을 비비게 만드는 상품이 나올 수 없다. 김병규 맵스자산운용 헷지펀드운용팀장(금융공학박사)은 “경직된 틀 속에서 상품을 만들게 되면 모든 상품이 비슷해지고 경쟁력도 없어진다”며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품개발을 제한하면, 결국 좋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투자자의 안목도 좁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되는 영역이나 품목만 명확하게 규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풀어주는 방식의 상품개발(네가티브 시스템ㆍnegative system)이 가능해야만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시장의 힘’을 믿어라=한국상사법학회는 최근 정부가 마련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대해 ‘부쩍 몸집이 커진 아이에게 무릎 위에 오는 바지나, 손목도 덮지 못하는 윗옷을 입힌 꼴’이라고 혹평했다. 비근한 예로 자산운용업법은 통합법이면서도 부동산투자회사법과 선박투자회사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 통합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법률간 충돌이나 중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투자자들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외국펀드에 대한 투자나 외국펀드의 국내판매 등에 대해서?자산운용법상 관련 규정이 불명확하게 마련돼 있다고 꼽았다. 이 뿐 아니다. 시장은 시장대로 제도는 제도대로의 모습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여기저기서 숱하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힘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제로인의 최상길 이사는 “한국 자본시장은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상당한 힘을 비축해 놓았다”며 “정책당국이 ‘하나 하나 일러줘야 직성이 풀리는 유치원생 부모’처럼 행동하지 않을 때 (한국 자본시장은) 비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4-08-1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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