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위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전에서 셰브론이 경쟁사인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보다 한발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인수계획 승인을 받았다. CNOOC는 오는 8월10일 매각안 표결을 위해 열리는 유노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모펀드와의 제휴를 고려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SEC는 29일(현지시간) 셰브론의 유노칼 인수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셰브론은 6주 뒤 열릴 유노칼 주주총회에서 최종 매각안 표결 결과만을 기다리게 됐다.
인수 경쟁사인 CNOOC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인수조건과 인수 성공 가능성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적극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CNOOC가 제시한 인수가는 현금으로만 185억달러로 현금과 주식을 섞어 총 163억달러인 셰브론의 제안에 비해 파격적이다.
CNOOC는 또 원활한 자금조달과 인수 후 통합에 대비해 인수 경험이 많은 사모펀드와 공동 입찰을 검토하는 중이다. 제휴 파트너는 칼라일과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가 유력시된다.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 렌샹과 메이텍 인수 예정인 하이얼의 예처럼 중국은 해외기업 인수시 협상 능력 보완과 자금 조달을 위해 유명 사모펀드와의 제휴를 선호하고 있다.
언론들도 미국의 에너지 안보문제를 우려하는 내용 보다 CNOOC에 우호적인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30일 전문가의 말을 인용, CNOOC의 유노칼 인수가 현실화하더라도 중국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북미를 포함한 중국 외 다른 지역의 석유 수급에도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유노칼의 아시아 생산분은 이미 태국 등에 장기 계약이 돼 있고, 그나마도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가 아닌 천연가스가 주를 이룬다는 것. 또 전문가들은 에너지 시장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CNOOC가 유노칼을 인수해도 전세계 석유 수급상황이 특별히 악화될 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