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11> 농축산물협상 이렇게 하자

"美 아킬레스건 노려라" <br>美 설탕·낙농제품, 우리쌀 만큼 민감한 품목<br>"쇠고기 수입 카드 너무 빨리 꺼내 안타까워"<br>FTA 대상따라 농축산물 개방잣대 들쭉날쭉<br>겉과 속 다른 통상전략 약점 집중 부각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우리의 농축산물을 겨냥, ‘예외 없는 시장개방’을 강조하며 통상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이중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선진국들과 FTA를 맺을 때는 농축산물의 양허(시장개방) 제외를 수용하고 후진국ㆍ개발도상국과 협상할 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국력의 차이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농축산물 분야에서 슈퍼 강대국. 그런 미국도 아킬레스건인 품목이 있다. 설탕과 낙농제품이 바로 그것. 특히 설탕은 미국 내에서 우리의 쌀과 버금가는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쉬운 점은 우리의 설탕ㆍ낙농제품 산업이 낙후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쇠고기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인데 너무 빨리 꺼내 우리로서는 여간 불리한 것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의 약점과 겉과 속이 다른 통상전략을 집중 부각시켜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이끄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도덕적 측면에 약하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미국이 우리 농축산물 시장을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점령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없다”며 “이 같은 조사를 통해 미국의 속내를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겉과 속 다른 미국의 농축산물 통상전략=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미국은 예외 없는 시장개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미국이 FTA를 체결한 캐나다ㆍ멕시코(북미자유무역협정ㆍNAFTA), 호주, 칠레 등의 사례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미국은 호주와의 FTA에서 총 교역상품의 11%를 초민감품목으로 정해 아예 시장개방을 하지 않았다. 멕시코ㆍ캐나다 등과 맺은 NAFTA도 예외는 아니다. 교역상품의 1.2%가 중장기 관세 인하ㆍ철폐가 아닌 영구 개방 제외로 분류됐다. 호주 FTA와 NAFTA에서 영구 양허 제외로 된 것은 설탕과 낙농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과의 FTA에서는 ‘농축산물의 예외 없는 시장개방’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반면 미국은 농축산물 후진국인 칠레에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했다. 10ㆍ12년 등 장기간 걸친 관세 인하는 수용 했으나 영구 양허 제외는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오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설탕과 낙농제품은 미국도 민감품목”이라며 “선진국과는 자국 내 산업을 위해 보호자세를 취하고 후진국과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협상 카드 찾기 어려운 농축산물 통상전략=농축산물 분야에서 우리의 첫번째 전략은 장기간의 관세 인하ㆍ철폐와 영구 양허 제외 등이 가능한 민감품목 배정을 많이 받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수입물량이 증가할 때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긴급구제조치 대상을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원산지 규정 강화를 통해 멕시코ㆍ캐나다의 농축산물이 미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요구된다.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농업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는 미국을 상대로 농축산물 분야에서 나타난 그들의 약점과 이중적인 잣대를 집중 부각시키는 것이 최선의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불행하게도 농축산물에서 우리가 협상 카드로 내세울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서비스 등 다른 산업과 농축산물을 연계해 의료ㆍ교육 등은 문호를 열고 농축산물은 개방을 최소화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또 다른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범정부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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