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독일 GCF에 10억달러 낸다는데… 정부 "사무국 유치 우리는 얼마나…"

"위상에 걸맞게 체면치레를"

"현실따라 실속 챙겨야" 맞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이 입주해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G-타워 전경. /서울경제DB


한국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 2012년 12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아시아 국가가 국제연합(UN) 산하 환경 관련 국제기구를 유치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한국이 국제이슈인 온실가스배출권과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집권 내내 강조해온 녹색성장 정책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GCF 추가 분담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녹색성장 정책을 지원하는 분위기는 식어버렸는데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GCF 사무국 유치 경쟁국이던 독일이 10억달러(1조원)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사무국 유치 국가로서 체면치레를 할 것인가, 아니면 실속을 챙길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간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22~24일 UN 총회 및 기후정상회의 일정을 앞두고 GCF 추가 분담금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2012년 GCF 사무국을 유치한 후 2020년까지 매년 운영기금 100만달러와 능력개발영역(Capacity Building)에 4,000만달러 지원하는 한편 50억달러를 녹색 공적개발원조(ODA)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운영기금 200만달러와 능력개발영역 자금으로 1,000만달러 등 총 1,200만달러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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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F는 매년 1,000억달러(100조원)가량의 기금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초기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CF 사무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재원 조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억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한 후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23일 미국 뉴욕에서 140여개 국가 정상들이 만나는 UN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삼아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방안을 설명하고 GCF 분담금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박 대통령 출국 이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된 셈이다. 아직 추가 분담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사무국 유치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독일 정도는 지원해야 체면이 선다고 주장하는 쪽과 현실에 맞는 지원으로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사무국 유치 국가로서 약속한 기본 분담금을 충실하게 내고 있다"며 "또 한국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에 대한 의무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문제에서 발등의 불이 떨어진 선진국들이 당사자로서 재원 마련의 의무감이 큰 반면 개도국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GCF 사무국 유치 당시 이명박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한데다 전폭적인 재정 지원 등을 약속했던 터라 외교적 압박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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