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동차 한국` 성장동력 급제동 우려

한달 넘게 지속된 현대자동차의 파업 피해가 해외공장의 가동중단 사태에까지 이르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파업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지면 생산ㆍ판매 차질은 물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글로벌 전략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8월중으로 예정돼 있는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발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회사의 재무 전략에까지 피해가 연결되는 조짐이다. ◇해외생산 시설 줄줄이 가동중단=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내수 시장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주를 고비로 피해는 해외에까지 연결됐다. 특히 해외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는 `생산중단→재고 급속소진→판매 차질→신인도 하락→경쟁력 상실`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합작계약이나 기술제공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는 해외생산법인은 13개국 15개. 동남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북미,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생산중인 자동차 생산규모도 EF쏘나타, 아반떼XD, 그랜저XG 등 66만4,000대에 이르고 있다. 해외 현지의 피해는 우선 현대차가 기술을 제공하는 러시아,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조립(CKD)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한국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지난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러시아와 이집트 조립공장의 경우 가동중단 이후 딜러들이 현대차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현대차에 보내왔다. 문제는 조만간 해외 현장 공장중 규모가 제법 큰 중국과 터키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회사측은 8월초면 이들 2개 공장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 EF 쏘나타를 생산하는 베이징현대차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의 재고가 이달말까지 쓸 분량밖에 안돼 8월1일부터 6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낸 이후에도 현대차의 가동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가동중단될 전망이다. ◇수출 차질 심화= 수출의 경우 현재까지는 2~3개월치에 이르는 현지 재고분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한달 가량에 이르는 선적 기간과 재가동후 완전 정상화 기간 등을 감안하면 해외 판매 차질은 이미 상당한 피해로 다가오고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대미 수출분 5만여대를 포함해 총 6만3,000여대의 선적이 이뤄지지 않아 싼타페와 그랜저XG 등 인기차종을 중심으로 물량이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 상황이 보름만 지속될 경우 해외 판매 네트워크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8월 이후에도 이어지면 정말 어려워져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병호 해외영업본부장 등 현대차 주요 임직원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사태 확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총력체제를 구축했다. ◇신인도 급속 하락, 외자조달도 빨간불= 수출시장에 물량공급이 제대로 안되면 현대차가 그동안 미국와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쌓아온 대외신인도 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년간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며 끌어올린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북핵 문제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장기화하고 있어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신인도 하락은 당장 현대차가 추진중인 외자조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는 8월중 해외 증시에서 글로벌 채권 형태로 5억달러 규모를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기아자동차의 EB(교환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 상황대로라면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추진중인 전주공장의 합작 공장건도 무기간 연기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중단이나 차질은 향후 판매는 물론 품질에 대한 의문을 받아 적지 않을 부담을 줄 수가 있다”면서 “경제적 대가를 얻어내기 위한 장기파업이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기기자, 최인철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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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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