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세요.’ 누가 이 말을 처음 했을까. 광고회사도 카드회사도 아니다. 원조는 소련 공산당. 니콜라이 부하린(Nikolai Bukharin)이 1925년 4월17일 모스크바 열성당원 회의에서 선보인 구호다. 부하린은 레닌이 ‘최고의 이론가’라고 손꼽았던 인물. 골수 빨갱이인 그가 과연 그런 말을 했을까. 그랬다. 식량난을 극복하려면 농민과 소기업인에 대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분명히 말했다. ‘부자 되세요(Enrich Yourself)!’ 마침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 신경제정책(NEP)이 진행되던 무렵, 자본을 축적한 네프맨(nepman)과 부농(kulak)들은 더욱 힘을 얻었다. 공산당 내 우파격인 부하린은 레닌 사망 이후 권력승계 투쟁에서 중도파인 스탈린과 손잡고 좌파인 트로츠키를 내쫓는 등 승승장구의 길을 달렸다. 상황은 1928년부터 정반대로 바뀌었다. 정적 사냥을 끝낸 스탈린은 부하린도 숙청 대상에 포함시켰다. 1938년 총살형 집행. 자영농과 부농들은 토지를 집단ㆍ국영농장에 빼앗겼다. 농민들은 중화학공업 우선정책에 반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피의 숙청. 1,000만명 가까운 농민이 집과 농토, 또는 목숨을 잃었다. 스탈린 치하에서 소련은 대공황에 허우적거리던 서방국가들과 달리 1928년 이후 1950년대까지 초고속 성장가도를 질주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었다는 점. 농업과 경공업의 부진은 결국 소련 경제의 발목을 잡고 체제까지 무너뜨렸다. 약한 부문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최소율의 법칙’을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소련의 사례는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경제도 성장에 짐이 될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와 청년실업ㆍ고령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