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관제데모 논란 점입가경

사회부 정영현 기자

지난 22일자로 서울 명예 시민이 된 크리스찬 뮬레타레 주한스위스 대사. ‘명예직’이기는 하나 서울 시민으로서 그는 잊지 못할(?) 첫경험을 했다. 시민증을 수여받고 시장실을 나오자마자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몸싸움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그것도 공격팀은 대한민국 국민대표 국회의원, 수비팀은 수도 서울 시민대표 시의원이었다. 수도이전 반대 시위 지원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시장을 무작정 만나러온 열린우리당 의원, 그들을 몰아내려는 서울시의회 의원, 바쁜 일정을 핑계대며 국회의원들에게 얼굴조차 비치지 않은 이 시장. 모두 한 나라를 대표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국 대사에게 큰 결례를 범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소동 후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 브리핑실에서 스크린으로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무작정 쳐들어가기’ 전법을 강력 비난했다. 다음날인 23일. 상황 대처에 미숙했다며 열린우리당이 잠시 멈칫하는 동안 이번에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브리핑실을 찾아와 역공세를 펼쳤다. 시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의 관제데모 운운은 지자체의 자발적인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오히려 서울시가 반대 운동에 예산을 지원해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24일에는 서울시 구의회 의원 10여명이 브리핑실로 몰려와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수도를 사수하겠다며 즉석 결의대회(?)를 가졌다. 연일 계속되는 금배지 손님들의 방문에 서울시청 브리핑실은 정책발표 공간이 아닌 수도이전 찬반 성토장이 된 듯하다. 국정홍보처의 수도이전 홍보광고를 두고 서울시와 정부가 감정 싸움을 벌였던 게 한달 전. 이번에는 국민ㆍ시민ㆍ구민을 대표하는 의원들끼리 낯뜨거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일반 국민들이 IMF 때보다 더한 어려운 상황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이한 지금, 국민들이 대표 의원들에게 바라는 건 ‘항의’와 ‘성토’가 아니라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에너지를 쏟는 모습임을 한번 더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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