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당 ‘국민과 대화’서 혼쭐

“정체성 상실” “개혁성과 부재”등 각계서 비판 봇물

오는 11일 창당 2주년을 맞이하는 열린우리당이 제2의 창당 각오로 환골탈태하겠다며 마련한 ‘국민과의 대화’자리에서 뭇매를 맞았다. 9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는 싸늘하게 등을 돌린 민심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고언을 듣겠다”는 정세균 당 의장을 비롯한 비상집행위원들은 봇물처럼 쏟아진 ‘쓴 소리’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의 질책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우리당의 위기 주요 원인으로 ▦중도개혁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상실 ▦손에 잡히는 정책상품 부재 ▦통합이 아닌 배제의 리더십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도대체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며 “국민들의 시선에서 개혁의 열망에 대한 응답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태견 프레시안 논설주간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주장하며 부동산과 경제 정책에 있어 한나라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정체성을 상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진우 목사는 “우리당을 보면 마치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다”며 ‘개혁의 후퇴’를 지지도 추락의 원인으로 들었다. 정 목사는 “문전처리가 미숙해 골을 못 넣는 다는 말인데 한 골이라도 넣어달라는 게 국민들 주문”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우리당은 채워질 수 없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쏟고 있다”며 “우리당이 추진하는 국정 의제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나온 하승창 씨(함께하는 시민행동)는 ‘미래지향적 어젠다 설정 능력 부재’와 ‘이미지 정치’를 위기의 원인이란 분석을 내놨고, 김종구 한겨레 논설위원은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자는 패기는 사라지고 신념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몇 차례 더 실패할 수 있다는 각오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비판을 제대로 수용하는 것도 당의 능력이고 경쟁력”이라며 “우리당을 책임지는 장남이라는 자세로 회초리도 맞고 역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이어 “오만과 이상주의 대신 겸손과 리얼리스트란 단어가 당의 이미지로서 국민들에게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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