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입이 안 떨어지는데…” 이름 그 자체로 설명되는 드라마 작가 김수현(63ㆍ사진)씨. ‘시청률 보증수표’ ‘히트 제조기’란 말도 진부한, ‘누가 썼느냐’를 드라마 선택의 기준으로 만든 최초의 작가다. 과거 방영했던 작품이 리메이크되는 ‘유일한’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다. 20년만에 리메이크돼 여전히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사랑과 야망’(SBS)이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그도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종방연엔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마에 출연한 수많은 스타들을 뒤로한 채, 종방연에 몰려든 취재진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 김수현 작가의 ‘멘트’를 따는 것이였다. 김 작가는 우선 “지나간 시대를 재현한다는 게 어려웠을 텐데 지난 10개월간 스태프들이 가장 고생이 많았다”며 종영 소감을 밝혔다. SBS ‘사랑과 야망’의 시청률은 평균 20%를 넘기며 5위권에 꾸준히 들었다. 20년 묵은 작품인 점을 감안하면 그의 생명력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드라마가 후반으로 치달으며 20년 전과 달라전 점도 보였다. 당시 태준은 미자의 뺨을 때리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파격적인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2006년판에선 태준과 미자가 화해하는 모습을 비춘다. 세월이 흘러 바뀐 거냐는 질문에 그는 “일견 그런 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꼭 갈등을 봉합시켰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등장인물의 흘러가는 삶 속에서 끝냈을 뿐”이라는 알 듯 모를듯한 말이 그의 답이다. 작품에 대한 질문들에 김 작가는 “작가는 드라마가 방송되면 그걸로 끝”이라며 “이런 인터뷰도 사실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드라마에서 다 했다”며 작품에 대한 더 이상의 부연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일부터는 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눈꽃’(SBS)이 방영된다. 그의 원작일 뿐 극본은 다른 작가가 쓰는 만큼 여기에 대해서도 “내가 얘기하면 열심히 만드는 사람들에게 실례”라면서 “대본을 보긴 했다”고 귀뜸했다. 그가 작품에 임하는 태도는 그가 배우들의 대본연습에 항상 참여하는 걸로 상징된다. 김 작가의 설명은 단호하다. “그건 기본이에요. 안 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