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을 이해하려면 '중간기술'에 대한 개념파악이 필요하다. 중간기술이란 생태계를 파괴하는 근대 산업사회의 대량 생산기술을 지양하고 생태계의 법칙과 공존하면서 희소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기술을 가리킨다. 여기에 정치ㆍ사회적 의미를 부여해 복지ㆍ친환경 등을 결합한 것을 적정기술이라 부른다.
적정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영국의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적정기술을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적정기술은 최근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적정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낮 동안 태양전지를 통해 모은 전기로 밤에 전등을 밝히거나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도 물을 정수할 수 있는 개인휴대용 정수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주를 이룬다.
최근 적정기술이 부각된 데는 무엇보다 정보기술(IT) 발전의 덕이 컸다. 적정기술은 획기적인 과학적 이론이나 최첨단 기술보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손쉽게 빌릴 수 있는 현대사회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특히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적정기술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게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기업의 공적개발원조(ODA)가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영국 프리플레이에너지사가 개발해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제공한 라디오 '라이프라인(Lifeline)'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적정기술이 거꾸로 선진국에서 인기를 끈 경우도 있다. 전기 없이 물을 정수할 수 있는 '라이브스트로'라는 휴대용 정수기는 여행자의 비상용품으로 선진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태양전지를 활용한 소규모 발전시설이나 분뇨를 퇴비로 활용하는 생태화장실도 유사한 사례다.
성낙환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적정기술"이라며 "개발도상국 원조에 적정기술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지원과 사업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73년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제안한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 중간기술은 저개발국의 토착기술보다 우수하지만 선진국의 거대기술보다는 값싸고 소박한 기술을 가리킨다. 적정기술은 중간기술보다 한 단계 나아간 개념으로 각 지역의 문화ㆍ정치적 조건을 감안해 개발된 중간기술을 일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