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칙없는 연줄 외교가 재앙 부른다

상하이 스캔들 놓고 부실한 공관 관리·보은 인사 비판 잇달아<br>金외교 "정부 합동 조사할 것"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과 관련된 의원들의 현안질의를 듣고 있다. /고영권기자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 총영사관 기밀유출 사건을 계기로 '연줄외교'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외교관들이 정상적인 외교관계보다 인맥이나 연줄에 의존해 사안을 풀어나가는 관행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도 "원칙 없는 대중(對中) 외교가 부른 재앙"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외교통상부의 부실한 재외공관 관리ㆍ감독과 정무직 인사 중심의 '보은ㆍ회전문 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복수의 외교 전문가들은 상하이 스캔들의 경우 외교관 개인의 자질 문제와 함께 대중 외교업무의 구조적 병폐가 핵심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연줄외교' 병폐=재외공관에 파견된 외교관 업무의 꽃은 여권ㆍ비자발급 등 영사업무다. 외교관이 갑의 위치에 설 수 있어서다. 외교관들은 평상시 이런 영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재국을 찾는 국내 주요인사들의 영접 등에 주력한다. 외교관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물급일수록 예우수준은 더 높아진다. 반면 외교관들이 재외국민 보호, 정상회담 개최, 통상 문제 등 주재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외교관들은 정상적인 외교관계로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하지 않다. 긴급하게 필요할 때를 대비해 현지의 몇몇 소수 인맥이나 연줄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특히 중국 외교에서 비자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일반론이다. 현지 비자 브로커들이 의도적으로 외교관들에게 접근하는 등 전현직 외교관들이 고질적 병폐인 '비자 장사'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상하이 총영사관은 비자발급 건수에서 주중 공관 중 동북3성을 맡고 있는 선양(瀋陽) 총영사관에 이어 두세 번째를 달리고 있다. 연간 비자신청만도 수십만 건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비자 부정발급에 따른 대가는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1,000만원까지 육박한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덩모씨도 비자 문제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 주재 외교관들이 처한 현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영사들이 현지 고위층과의 '채널'을 만드는 과정과 국내 주요인사들의 방중시 중국 측 인사 면담주선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 사회체제 특성상 공식적인 루트를 이용한 업무처리보다 뒷돈을 주고 업무편의를 봐주는 행위가 빈번해 외교관들이 덩씨 같은 이들을 통한 업무처리에 무감각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브로커를 이용하는 비정상적 외교활동으로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결국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밖에 없다"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장기적으로 대중 외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관 관리 '엉망', 보은인사도 '문제'=외교부의 해외공관 관리 부실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상당수 재외공관은 타 부처에서 파견되는 주재관들이 직업 외교관과 함께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타 부처에서 파견되는 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의문이다. 또 이들이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다 보니 현지 공관장들의 지휘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이들에 대한 교육과 업무 관리ㆍ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보은 및 회전문 인사' 개념의 재외공관 근무를 명하는 현정부의 인사 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돼 총리실 조사를 받은 김정기(51) 전 상하이 총영사의 경우 한나라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 출신으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서울시선대위 조직본부장 등을 지냈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중국특사로 활동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기강해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중국 공관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최근 외교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정무직 인사가 많이 임명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송구스럽다"며 "상하이 총영사관에 대한 (정부의) 특별 합동조사가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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