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몽준 월드컵조직위 위원장

"월드컵은 국가 이미지 높일 천금기회"대담: 신정섭 생활산업부장 shjs@sed.co.kr "지난 98년 월드컵대회 개최 이후 프랑스에는 이런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고 있답니다. 20세기 최대의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니라 98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이라는 내용이지요. 2차 대전 승전 직후 개선한 군사를 환영하기 위해 샹제리제 거리로 나온 사람이 200만명이었는데 월드컵 우승 전사들의 퍼레이드 때 몰려나온 인파는 무려 500만명이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상상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7년 월드컵을 유치할 때까지만 해도 축구에 대한 열의나 시설, 축구실력 등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시설이 완비되고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되면서 국민적 열기가 고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2002월드컵대회 개막을 166일 앞둔 16일 정몽준 월드컵조직위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에 월드컵 유치 이후 지금까지 대회준비를 진두지휘하면서 가지게 된 감회를 이같이 피력했다. 이어 내년 월드컵을 국가 이미지 제고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며 월드컵 개최의 의의를 강변했다. >>관련기사 조직위 위원장실에서 정 위원장을 만나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 이익과 대회 준비 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2002월드컵대회 개막이 5개월여 앞으로 바짝 다가온 시점에서 대회 준비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먼저 대회 준비 상황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개장을 마지막으로 경기장 건설이 마무리되는 등 이제 대회를 치르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부분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본선 조 추첨도 끝났기 때문에 이제 남은 일은 지금까지의 준비사항을 점검해 보완하고 대회 운영 측면 등 소프트웨어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개막전야제와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겠지요. -공동 개최국 일본에 비해 국내 입장권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개최국으로서 분위기 조성이 덜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최근까지 일본보다 입장권 판매가 다소 부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조 편성과 국가별 대진 일정, 개최 국가 등이 결정되지 않았던 시기의 일시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분위기 운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또 예매 문화에 익숙치 않은 국내 사정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국내 입장권 일반 판매량은 50만8,000장 밖에 되지 않는데다 조 추첨 이후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물론 꾸준히 '붐 업'에 힘써 대회 개막 때까지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월드컵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습니다. ▲우선 당장 손에 잡히는 이득으로 대회 기간의 관광수입을 들 수 있습니다. 변화 요인이 다양해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지난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숙박비와 쇼핑 등을 합쳐 약 6,561억원의 외국인 관광수입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ㆍ무형의 이익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회 개최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말해 '국가 이미지 제고'라고 봅니다. 현대 시장은 국가 이미지가 곧바로 브랜드 파워이자 품질로 연상되는 상황입니다. 유럽 등 세계 많은 나라 국민들이 아직도 한국에 대해 올림픽과 경제개발 기적 등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전쟁이나 분단, 싸구려 물건을 만드는 곳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실상입니다. 이번 월드컵 개최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수출과 국내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들의 개별적인 광고와 마케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막대한 홍보효과를 일거에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점을 깊이 공감하고 대회 홍보와 지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88서울올림픽 당시에도 국민들이 희망에 부풀었지만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를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월드컵이 국가 홍보 효과에 있어 올림픽을 능가한다고 보시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월드컵은 축구라는 경기 특성상 올림픽의 흥미와 관심에 '피버(feverㆍ열기)'라는 독특한 심리적 요소가 더해져 지구촌 전체가 열광하기 때문입니다. 케인즈가 지적한 대로 심리현상은 경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열기는 마케팅 측면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회기간이 30일로 올림픽의 15일에 비해 2배라는 점,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간중 총 TV 시청 인구가 196억명이었던데 비해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370억명이었다는 점 등으로도 월드컵의 경제적 간접 파급 효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2월드컵 때는 600억명이 TV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각국이 월드컵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엄청난 무형의 파급 효과 때문입니다.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국가의 사례가 있습니까. ▲지난 82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스페인의 경우를 보면 82년 이후 매년 연평균 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고 현재 유럽공동체(EU)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2년 5,300달러에서 현재 3배가 넘는 1만6,000달러 수준에 달한 것은 월드컵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대거 몰고 올 중국이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데 대해 일본에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일 양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모든 현안은 FIFA 및 양국의 충분한 협의에 의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국 내 경기 결정은 한ㆍ중ㆍ일 3국의 여러 가지 이해득실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고 지난 11월30일 합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측도 이 결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중국이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됨으로써 대 중국 수출이나 관광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 불법체류 목적의 입국자 발생 등 우려되는 부분도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에서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국의 이른바 '개고기 문화'를 비방하는 움직임이 우리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보내온 개고기 먹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바란다는 내용의 개인적인 서한이 FIFA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세계 언론에 공개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이 있고 애견 인구가 200만이 넘는다는 사실 등을 인식하지 못한 편협한 문화이기주의라고 생각됩니다. 조직위가 대응할 수는 없는 문제이며 정부 차원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한국이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 등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하게 됐습니다. 조 편성 결과에 대한 소감과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개최국 대표팀의 성적은 완벽한 대회 준비와 함께 월드컵의 성패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예가 한 번도 없어 적잖이 부담스럽습니다. 유치국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언론의 질타에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본선 진출국은 어느 팀이나 강하기 때문에 조 편성 결과가 특별히 실망스럽지는 않으며 그 동안 국가적으로도 히딩크 감독 영입, 대표팀 전용 트레이닝센터 건립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고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있으므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다면 16강 진출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월드컵 이후 정 위원장의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활동계획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솔직히 현재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다른 계획이나 생각을 가질 시간과 여유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대회 이후에는 모든 것을 잊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의정활동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그때 가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박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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