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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중국, 또는 남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북아시아 다자경제협력 모델은 남북관계가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의 후원으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공개 세미나에서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 다자경제협력 모델은 북한을 포함한 3자협력을 통해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시동을 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연계해 대륙으로 향한 꿈을 실현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5단계 발전 로드맵 ='나진-하산 프로젝트' 주제발표에 나선 문경연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본 프로젝트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하나의 대륙' 실현을 위한 대륙 연결의 첫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항 제3호 부두에서 러시아 하산까지 철도를 개보수하고 화물 터미널 건설과 화물열차 확보를 통해 나진항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계하는 복합물류사업이다. 한국의 포스코와 현대상선·코레일이 컨소시엄 형태로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러시아산 유연탄 4만500톤을 기차로 실어와 나진항에서 포항까지 배로 옮기는 시범운송을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 2차 시범운송도 계획하고 있다.
문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결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발굴되고 있지만 교통망 연결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활성화가 더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TSR를 통한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올해부터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이 공식 출범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라시아 지역 내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도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결정하고 러시아에서 '2025 극동바이칼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동북아 지역에서 상호협력의 필요성과 기회가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나진-하산프로젝트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문 부연구위원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발전시킬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는 나진항을 동시베리아 지역 및 유라시아 지역의 자원 수출 증가에 따른 극동항만의 포화상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항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실제로 한국은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상황에서 지난 2012년 기준으로 극동항만의 석탄 처리물량은 포화상태에 있다.
2단계는 중국 동북3성 및 TSR의 물동량 증가를 처리할 컨테이너항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나진항 4·5·6호 부두를 컨테이너항으로 개발하기에 앞서 과도기적 단계로 1·2호 부두를 컨테이너항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진항 1·2호 부두 및 배후지를 개발해 해상철도(sea&rail)형 복합물류단지 건설을 추진한다.
이어 러시아 TSR의 극동철도 인프라 개선사업에 참여하고(3단계) 나선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 성격의 동북아 5개국(남한·북한·중국·러시아·일본)이 참여하는 '나선 동북아경제협력시범지구'로 활용한다(4단계). 마지막 5단계에서는 나진항 4·5·6호 부두를 컨테이너 물류항으로 개발해 자유무역항으로서 자원 반출 기능과 함께 중국·러시아·유라시아 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가 가능한 중계항으로 개발하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