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잉글리시 디바이드'

박인구 <㈜동원F&B 대표이사>

스위스는 독일어ㆍ프랑스어ㆍ이탈리아어ㆍ로망슈어 등 4개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프랑스어로 물으면 독일어로도 대답하고 이탈리아어로 물으면 불어로도 대답하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어느 언어로 묻거나 영어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영어를 쓰는 사람 수는 중국어나 스페인어 사용자 수보다 적으나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이제 영어권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재산이 돼가고 있다. 또 인터넷의 발달은 영어의 중요성을 강화시켜가고 있다. 세계의 모든 중요 정보가 영어로 유통되고 있으니 영어를 모르면 인터넷 사용을 아무리 많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계화의 진전, 글로벌리제이션은 영어를 알아야 하는 또 하나의 측면이다. 모든 제도가 선진국의 규범대로 통일돼가는 상황에서 영어를 알면 선진국이 추진하고 있는 제반상황을 바로바로 습득할 수 있으니 세계화가 빨라질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나 부유층은 사설학원에 영어과외를 시키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영어마을이다, 토익이다 해서 영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돼가는 상황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영어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일도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서 걱정되는 것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의 격차가 바로 소득, 사회적 지위, 교육의 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디지털시대에 들어와 새로운 정보기술을 습득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를 디지털 디바이드라고 말하고 있듯이 영어활용능력이 중요한 사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가정이 부유한 사람은 사설학원이나 개인지도ㆍ언어연수ㆍ교환학생과 같은 기회로 사회의 중심세력이 돼가는데 비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점점 사회의 주변세력이 돼간다면 바로 영어의 활용 여부가 사회의 계급화를 고착시키는 것, 즉 잉글리시 디바이드 현상을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언젠가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하자는 얘기가 제기된 바도 있었지만 영어로 인해 소득이나 지위의 격차가 나지 않도록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영어교육 방법에 있어서도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말 한마디 자유자재로 하지 못하는 영어교육을 지양하고 실용 위주의 교육을 통해 영어가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해서 먹고사는 나라이다. 무역을 잘하려면 기술력과 상담력이 있어야 하고 기술력은 외국기술의 습득을 통해, 상담력은 영어의 원활한 구사를 통해 상당부분 이뤄질 수 있다. 영어의 디바이드가 생기지 않고 온 국민이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함으로써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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