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中企의 해외진출 이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개에 불과합니다.” 휴대폰용 배터리 보호회로를 생산하는 A기업의 B사장은 대기업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가 가끔씩 만나는 주위의 중소기업 사장들도 대기업에 대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귀띔한다. 이유는 갈수록 떨어지는 납품 단가다. B사장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5년 전만 해도 개당 2만원이 넘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원으로 떨어졌고 이제는 5,000원정도 한다. 단가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줄이는 방법과 마진을 줄이는 방법이다. 마진은 이미 오래 전에 바닥까지 낮췄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B사장의 진단이다. “요즘 대기업은 납품업체들로부터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요구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내는 것 같으면 다음 단가 협상 때 또 깎기 위해 필요한 거죠.” 휴대폰 부품업체들은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업황 호조에 힘입어 매년 큰 폭의 성장을 해왔다. 그러던 게 지난해부터 찬바람이 불면서 일부 기업의 경우 매출이 절반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으로부터 매번 큰 폭의 단가 인하를 요구받으면서 사활을 걱정해야 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휴대폰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C사는 매번 대기업으로부터 울며겨자먹기 수주를 경험한다. 그나마 수익이 나는 고부가가치 PCB와 손해를 감수해야 되는 저부가가치 PCB를 한 묶음으로 수주해야 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PCB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봤자 저부가가치 PCB로 손해를 보면 결국 남는 게 없다는 것이 이 회사 D사장의 하소연이다. 앞서 얘기한 B사장은 조만간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가지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D사장은 남들은 망해서 돌아온다는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결국 쓸만한 중소기업은 다 망할 겁니다. 대기업이 지금은 중소기업을 쥐어짜서 살아가겠지만 더 이상 쥐어짤 중소기업이 없어지면 그때는 대기업이 망할 겁니다. 그때 가서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습니다.” 휴대폰 부품업체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말로만 상생협력하지 말고 진심으로 서로 살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시작은 대기업이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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