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 "손편지 쓰세요, 나를 사랑할 시간 필요하잖아요"

손편지 쓰다 암 완치한 지인 보고

생명 살리는 운동 될 것이라 확신

영호남 어린이 편지 보내기 통해 남남갈등 동심으로 해결 기대

"손편지운동 세계 평화에 기여하길"


“손편지 쓰세요. 나를 사랑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세월호,지뢰폭발사고,독립운동가에 보내는 편지등 숱한 이벤트


“현대사회 경쟁치열 남 배려안해

감성. 인간성 회복돼할 시기”

“마음의 평화, 사랑해보기,

인간성 회복, 세계평화로 이어졌으면”

“현대인들은 자기를 사랑할 시간이 없어요. 자기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거든요. 손편지가 자기 사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12년간 일궈온 중소기업 경영을 가족에게 맡기고 은퇴해 손편지 쓰기 운동을 3년째 벌여온 이근호(58·사진) 손편지운동본부 대표가 화제다.

그는 지난 2011년 2월 사업을 가족에게 맡기고 홀연히 떠나 강원도 춘천시 오탄리 초가에서 홀로 1년여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도 빨래도 모두 혼자 해결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부인이 암에 걸린 사연을 알게 됐고 손편지를 주고받다 완치에 이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편지가 더디고 느리지만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고 손편지 쓰기 운동에 나서게 된다. 강원도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된 손편지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에 빠진 단원고 학생들을 찾았다. 안산고려대병원 촛불집회 때 “이 슬픔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그들의 꿈을 대신 이뤄야 한다”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친구·선후배에게 색종이 편지 보내기로 슬픔을 달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편지 300여통은 현재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손편지이야기관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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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는 고생하는 병원들에 초등학생들이 응원편지(철원초등학교 전교생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양평 양서초등학교에서는 동탄성심병원에)를 보내도록 했고 이는 병원 로비에 전시됐다.

6·25 참전 16개국 대통령에게 감사편지도 보냈다(서울 진흥여중고 1,400여명, 대사관 통해 전달).

최근 남북 대치 상태를 가져온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직후에는 부상 당한 김정원 하사와 하재헌 하사의 모교(서울 방일초, 부산 동래초) 전교생이 부대로 격려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열었다. 두 장병의 희생이 남북 평화를 잇는 다리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손편지 보내기 운동을 위해 마련한 양평 손편지이야기관에 태극기우체통을 설치하고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독립운동가 33인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도 가졌다.

“현대사회는 너무 스피디하고 경쟁이 치열해 남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학교에는 폭력이 많고 사회에는 부모 살인 같은 잔인한 사건 뉴스가 쏟아져요. 감성·인간성이 회복돼야 할 시기라고 생각돼 손편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제 새로운 두 가지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남남 갈등을 동심으로부터 누그러뜨리기 위한 영호남 어린이들의 편지 보내기 운동과 자기를 사랑할 시간을 갖도록 자기사랑고백(자사고) 편지 보내기 운동이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의 후원을 받아 영남 하동과 호남 광양을 잇는 섬진교 인근 산림욕장 느랭이골의 하늘공원에 달빛우체통과 자사고우체통을 설치했다. 섬진교는 영호남을 연결한 최초의 다리로 올해 40년을 맞았다. 이달 하순께부터 영남의 초등학생들이 마음의 편지를 쓰면 이곳 달빛우체통에서 이틀을 보낸 뒤 호남 어린이들에게 전달되고 호남 어린이들이 편지를 쓰면 다시 이곳에서 이틀을 보낸 후 영남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자사고 편지 보내기 운동은 자기가 고쳐야 할 부분, 자기에 대한 사랑 등 자신에게 쓰는 편지 캠페인으로 엽서를 써 보내면 자사고우체통에 모았다가 내년 초 본인에게 배달해준다. 자기를 사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획된 행사다. 자사고 운동은 점차 사회운동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하늘공원에 사랑의 종 달기 코너도 만들 예정이다. 서울 남산타워에는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 이벤트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행운의 종을 7번 치고 엽서를 쓴 후 종을 달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종소리가 사랑을 전하고 키우는 울림이 되고 온 세상에 퍼지도록 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편지 쓰기에 필요한 엽서는 모두 자신이 무료로 제공한다. 벌써 엽서 제작과 교통비 등에 들어간 비용이 1억5,000만원 정도. 연락이 오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찾는다.

“손편지가 마음의 평화, 사랑해보기, 인간성 회복으로 이어지고 세계 평화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북한강 철교 쉼터 2층 ‘손편지이야기관’에 손편지운동본부를 두고 있다.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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