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스스로를 ‘주가예측을 하지 않는 투자자’라고 말한다. 기업의 미래가치에 집중하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고집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수십년간 주식투자의 경험에서 터득한 주가예측의 무의미함을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주가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증권사들의 코스피지수 전망마저 롤러코스트를 탄 올해는 더욱 그렇다.
지난 5~6월 주가지수의 급등세를 예측 못한 증권사들은 뒤늦게 2,000선을 크게 웃도는 연말 지수 목표치를 남발한 데 이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한달 새 기존 목표치를 200포인트 이상 깎아 내렸다.
최근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충격’에서 벗어나자 다시 예상치를 분기ㆍ반기기준으로 바꾸며 큰폭으로 올리는 신속함을 보여줬다. 투자자에게 지수흐름에 뒤따라가는 뒷북전망은 더 이상 투자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물론 예기치 못한 외부변수를 점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계 증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예상 못한 것을 증권사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지 못한 책임만을 따진다면 언론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비정상적인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면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투자자를 고객으로 둔 증권사의 책무라는 점에서 질책의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과거에 겪지 못한 장세에서 부실한 데이터만으로 시장의 대세론을 거스르는 전망을 내놓기는 업계 속성상 어렵다는 어느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시장의 입맛보다 궁극적으로 투자자의 배를 불려줄 수 있는 일관된 전망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수가 오르지만 아직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영향이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까지 이를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1%만의 가능성을 가진 악재라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강세장 덕에 국내증시는 애널리스트 1,000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수한 인력들이 증권업계로 몰려들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이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을 벗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