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흔들리는 주력산업 활로를 찾는다] 해외생산 18%로 日 20%에 근접… 디플레 빠진 일본 전철 밟나

■ '제조업 공동화' 덫에 걸린 한국<br>휴대폰 10개 중 2개만 메이드 인 코리아<br>고용 줄어 소비 감소·물가 하락 부추겨<br>中 가공무역 줄인 탓에 수출도 먹구름



그동안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이유 중 하나로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제조업 공동화'를 꼽았다.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기업은 환차손을 막기 위해 앞다퉈 공장을 뜯어 해외로 이전했고 이것이 국내 고용을 가로막아 성장 저하와 물가 하락까지 이끌었다는 논설명이다. 그러면서 나온 말이 "한국도 경상흑자가 장기간 계속돼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생산비 상승 및 규제강화가 계속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일본과 불과 2%포인트밖에 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2년 현재 18%로 일본의 20.3%에 비해 2.3%포인트 뒤졌다. 우리나라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은 약 10년 전인 2003년까지 만해도 4.6%로 일본(15.6%)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인건비 등 국내 생산 비용은 계속 오르는 와중에 규제는 점점 늘어만 가고 원화도 강세를 보이니 공장이 점점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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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10개 중 8개는 해외생산=부문별로 보면 휴대폰의 해외 생산이 가장 활발했다. 2012년 1·4분기 현재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80%가 해외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휴대폰의 열에 여덟은 '메이드인 코리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비중은 4년 전인 2008년만 해도 45%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역시 해외 생산 비중이 2008년 16%에서 2012년 1·4분기 78%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동차도 해외 생산이 급증하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 전체 자동차의 16.7%만 해외에서 생산됐지만 지난해는 비중이 47.6%로 크게 늘었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아 결국 물가는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예전에는 '공장 국내 준공→고용 창출→근로자 소비 증가→물가 상승' 공식이 성립했지만 연결고리가 헐거워진 것이다. 우리 제조업의 해외생산 추세가 제조업 공동화로 디플레이션까지 경험한 일본만큼 진행되면서 우리의 물가 전망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22일 '제7회 서경금융전략포럼'에서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경제 성장과 물가 간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며 "현재의 물가 하락이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출 22분기 첫 역성장의 배경에는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통관 기준이 아닌 국민계정상 올해 3·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6% 줄었다. 22분기 만에 첫 역성장이다. 내수에 비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던 수출이 이처럼 흔들리는 이유는 세계 공장 중국의 정책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단순 가공무역을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생산 형태로 산업 구조를 전화하면서 우리 수출에 구조적인 리스크가 고스란히 노출돼버렸다. 가공무역용 원자재·중간재 수출은 대중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과 가공·중계무역으로 얽혀 있는 스마트폰·디스플레이패널 등 수출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가공무역 제한 조치를 강화해왔다. 2008년 41.1%이던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2010년 38.9%, 2012년 34.8%, 올해 상반기 31.6%까지 줄어들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최근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등 중국 제품에 자리를 빼앗긴 점도 3·4분기 국민총생산(GDP)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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