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비메모리도 장악 '반도체 최강' 굳힌다

수도권 공장 규제로 공장지을 땅 확보가 관건<br>삼성측 "화성에 추가단지 구축이 가장 바람직"<br>정부 '일단유보'…규제완화후에나 본격화할듯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해나가겠다고 준비하는 것은 메모리 중심의 ‘외발서기’가 아닌 메모리ㆍ비메모리 모두를 갖춘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왕국’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단일 품목으로는 세계 최대 볼륨인 메모리 분야를 중심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위상을 만들어냈지만 세계 최강의 반도체업체는 여전히 ‘인텔 인사이드’ 브랜드로 대표되는 인텔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비메모리 대규모 투자결정은 이 분야에서도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해 인텔을 넘어서겠다는 중장기 경영전략의 일환이다. ◇공장 지을 땅 확보가 관건=삼성전자의 이 같은 경영전략이 탄력을 받으려면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관련 각종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삼성전자의 이번 비메모리 추가 투자는 이미 오는 2010년까지 경기도 화성 동탄 지역 16만7,000여평에 건설하기로 한 반도체 16~21라인 투자와는 별개다. 삼성전자는 최근 토지공사와의 공장부지 매매가격 협의 절차를 마무리지은 이곳에 총 25조원을 투자,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기존의 메모리 주력제품에서부터 시스템LSI 등 차세대 제품의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따라서 150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추가 투자가 예정대로 병행될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의 복합 라인이 아닌 별도의 대규모 ‘비메모리 중심 사업단지’가 탄생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先)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사업의 특성상 비메모리 쪽의 수요 증가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라인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측은 이와 관련, “기존 반도체 공장인 수원과 인접해 있는 화성 지역에 추가로 비메모리 전용 공장단지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수도권 인근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갈 경우 현재 가동하고 있는 화성 동탄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과 상호 연계발전을 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결정에 달렸다=현재 정부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그룹 계열사의 파주 LCD단지 구축계획 등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요구압력에 대해 ‘일단 유보’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발목을 옥죄는 족쇄들을 풀어줘야 한다는 ‘시장의 압력’에 대해 선뜻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투자라는 사안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가 국익 차원의 정책결정을 내릴 경우 경기도 파주 LCD단지에 공장을 지으려는 LG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곧바로 제기된다. 따라서 개별기업 단위의 해법은 사실상 힘들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점을 십분 의식, 정부측에 극비리에 이 같은 계획을 전달해 의사를 타진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화성 동탄 신도시 내에 신설하는 공장부지 매매계약(평당 222만원)을 체결할 때도 땅값 산정을 놓고 한국토지공사와 실랑이를 벌이며 줄곧 ‘특혜 논란’을 부담스러워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 같은 어중간한 자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삼성전자가 펼치려는 ‘비메모리 시장 대공세’ 전략은 그 기간만큼 청사진 속에서 머물러 있어야 한다”며 “삼성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정부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관련 규제완화가 이뤄진 뒤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문제작 능해야 미래시대 선도"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 황창규사장 "메모리 경쟁력 유지하며 비메모리 강화"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디지털 기기와 디지털 저장매체의 혁명이 모바일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곳만이 장기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기성품(메모리 반도체)보다는 주문제작(비메모리 반도체)이 능해야 미래시대를 선도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크게 D램ㆍ플래시메모리ㆍS램 등을 생산하는 메모리사업과 디스플레이구동칩(DDI)ㆍ시스템온칩(SoC)ㆍ모바일 중앙집중처리장치(CPU) 등을 생산하는 시스템LSI(비메모리)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이중 비메모리 분야인 DDI는 수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2위인 스마트카드칩에 이어 시스템온칩이나 모바일 CPU 등도 세계 선두권을 향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지만 여전히 메모리에 비해 비메모리사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메모리사업의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메모리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지난달 경영위원회에서 기존의 메모리 6라인의 일부를 LDI 등 비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1,43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메모리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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