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횡령·배임땐 보험·카드 경영권 상실

■ 당정,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내달 처리<br>지분 강제매각 명령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흔들려<br>대주주 등 범위가 관건

신제윤(왼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박민식(오른쪽) 새누리당 간사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기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를 보험이나 카드 같은 2금융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넓히고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도 이어졌다.

하지만 21일 이들 내용을 주제로 한 당정 협의가 이뤄지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얘기로, 가뜩이나 경제민주화의 테마에 옥죄고 있는 대기업들로서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대주주 인정범위가 관건=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넓히게 되면 보험이나 카드ㆍ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대기업 총수가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지분을 10% 이내로 낮추라는 강제매각 명령 탓이다.

현재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통해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 입법안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부분이 빠져 있지만 김기식ㆍ김기준 민주당 의원의 입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이를 통합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적용하더라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생명은 대주주가 이건희 회장(20.8%)과 에버랜드(19.3%)로 직접 소유 형태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직접 한화생명의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한화와 한화건설ㆍ한화케미칼 등이며 김 회장은 한화의 최대주주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2금융권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겠다는 것은 방향이 잡힌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결국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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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강화…더 어려워지는 우리금융 민영화=금산분리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당정 협의에서는 이 부분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정부 차원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한 상태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을 보면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금융지주회사 지분 보유한도를 기존의 9%에서 4%로 낮추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금산분리 강화는 우리금융 민영화로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산업자본이 9%까지 은행 지분을 갖고 있는 사례는 없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산업자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곳이 인수하는 게 유력한 방안 중 하나인데 보유지분을 강화하게 되면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대기업 고민 깊어질 듯=금융사를 갖고 있는 대기업들은 내심 불만이지만 사회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속을 끓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직접 언급한데다 당국의 방침도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만들어지더라도 소급입법은 되지 않아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총수와 관련해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서다.

대기업 계열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주식을 강제 처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경제민주화 바람 등에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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