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하루 승무시간은 9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 해 8월 기사들이 낮 근무 후 다음날 오후 근무를 서고 그 다음날 또 오전 근무를 서는 이른바 '꺾기근무' 관행이 기사들의 피로누적으로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고 보고 이를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버스기사들이 일주일 단위로 오전이나 오후 9시간 근무만 가능하도록 했다. 일주일 오전 근무를 서게 되면 다음주는 오후 근무만 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다 적발되면 서울시가 개선 명령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사고차량을 운전했던 염씨는 19일 오전 5시 30분부터 9시간의 근무를 끝낸 후 다시 운전대를 잡고 오후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루 9시간만 승무하도록 돼 있는데, 염씨의 경우 19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풀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운전기사의 피로가 누적되면 사고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하루 승무시간을 최대 9시간으로 제한해 놓은 것인데, 염씨는 동료기사와 근무시간을 바꿔 하루종일 근무를 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근무 예정이던 동료기사가 모친의 수술일정 때문에 근무를 대신 서 줄수 없느냐고 부탁을 해 와 염씨가 오전 근무에 이어 오후 근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염씨는 사고 3일전인 16일 오전에는 마라톤 풀코스(42.195㎞) 완주한 것으로 알려져 피로누적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버스 기사들의 승무일정은 늦어도 1주일 전에는 통고가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사들끼리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동료들과 승무시간을 맞바꾸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반드시 회사측에 미리 사유를 설명하고 승인을 받도록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지만 염씨는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염씨가 오전에 이어 오후 근무에 들어간 것을 사고가 난 이후에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씨 사망과 버스의 블랙박스 파손 등으로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염씨의 피로누적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회사측의 관리부실에 따른 인재사고가 될 수 있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동료들끼지 승무시간을 맞바꾸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며 "그러나 회사측의 사전승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승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