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 기관역할 제고 방안] 투신 구조조정 조기매듭, 연기금 투자한도 확대를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 대규모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국내 주식시장의 시황이 나빠 기관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해석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정보력과 분석력, 투자예측능력이 떨어지고 관련제도도 취약해 외국인들에게 안방을 내주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특히 한은은 기관투자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본연의 역할을 못하다 보니 개인의 간접투자도 위축돼 부동산시장과 은행권에만 돈이 맴돌고 생산적인 곳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키우기 위한 과제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주식문화의 성숙`을 꼽는 것과 함께 기업연금제도 조기 도입과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현실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특히 지금까지 시장수익률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연ㆍ기금이 기관투자가의 중심축으로 제자리를 잡으려면 관련법률을 개정해 주식투자한도를 늘리고, 그에 걸맞게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 `빈사상태`=국내 주식시장은 사실상 외국인이 `지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가의 비중(시가총액 보유 기준)은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난 97년말 26.3%에서 작년 말 15.9%로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외국인의 비중은 13.7%에서 36%로 급등했다. 지난 10월말 현재 외국인의 비중은 40%로 세계 최고 수준. 타이완의 23%(9월말 기준)에 비해서도 월등 높다. 미국(2002년말 기관투자가 비중 46.7%)과 영국(49%), 일본(40.1%)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은 왜소하기 그지 없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성적표는 더욱 우울하다. 한은이 투자 주체별로 대규모 순매수(순매도)를 시도한 후의 주가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투자자들은 매매타이밍을 잡는 데 있어 국내기관투자자들보다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후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팔면 주가가 떨어진 반면 은행ㆍ보험ㆍ기금 등 대다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대규모로 순매수를 하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고, 반대로 순매도를 하면 주가가 상승하는 등 매매타이밍이 거꾸로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매매패턴은 수익에 직결돼 지난 95년 이후 주식매매에 따른 누적수익은 외국인이 월등했고 은행, 종금, 저축은행, 기금, 공제회 등은 최근까지 시장수익률만큼의 수익도 못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처럼 외국인의 투자성과가 월등한 것은 국내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요인과 관련한 정보습득이 빠르고 분석력도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적(公的)기능도 제대로 못해=기관투자가의 위축은 국내경제에 여러 경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기관투자가가 투자성과를 제대로 못내다 보니 개인의 간접투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막대한 부동자금이 은행의 단기예금이나 부동산시장을 전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이 주식 대신 채권에만 편중돼 시장금리가 왜곡되고 주식시장의 안전판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기업감시ㆍ경영권보호기능도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소버린과 SK글로벌 사태가 상징하는 것처럼 외국계펀드가 순식간에 대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것도 주식시장에 기관투자가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재 30대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은 28.3%, 국내 기관투자가의 지분은 19.8%로 역전됐다 ◇기관투자가육성 서둘러야=한은은 기관투자가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기업연금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등에서 주식시장이 활성화된 계기가 연금제도 개편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상 1년인 주식관련상품의 만기를 보다 장기화하고 장기 투자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은은 투신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 해 투신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고 감독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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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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