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변주하는 빈디… 유영하는 곰인형… 현대인 자화상 담다

바티 커 '아노말리스'전, 여성성 부재·사회적 구속 표현<br>고바야시 히로시 '빛 너머'전,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 드러내

바티 커의 'Square a circle'

고바야시 히로시의 'Birth of Music'

현대 미술에서 작가의 개성은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하는 중요한 미덕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자신 만의 표현 방식을 찾아내거나 상징 체계를 확보함으로써 다른 작가와의 차별을 꾀한다. 인도 작가 바티 커와 일본 작가 고바야시 히로시 또한 각각 빈디와 곰 인형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확보하는 한편 관람객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있다.

◇끊임 없이 변주하는 '빈디' 작가 바티 커의 '아노말리스(Anomalies)'전=인도 여성들의 이미 한 가운데는 동그란 점이 찍혀있다. '빈디'(Bindiㆍ산스크리트어로 '점'이란 뜻)는 인도에서 '세 번째 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존경, 사랑, 번영을 뜻하는 패션 장신구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계 영국 출신의 바티 커(44)는 빈디를 이용한 조형물로 유명하다. 빈디를 의미하는 점을 작품에 부착하는가 하면 빈디를 여러 겹 겹쳐 그림을 그리는 등 인도 고유의 상징을 이용해 여성성과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미술전문지 '아트+옥션'은 바티 커를 '미래 주목할만한 미술가100'에 선정하기도 했다.


오는 10월 5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국내 첫 개인전 '아노말리스(Anomaliesㆍ기형)'전에서 작가는 기억의 단상과 문화적 숭배, 사회적 계급, 여성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가정과 집, 여성을 상징하는 장치들이 주로 등장한다.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통해 여성성의 부재를 표현하기도 하고 연작 시리즈인 반인반수의 혼성체 여성상 조각도 선보였다. 말(馬)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사원을 올리고, 사원 위에 무거운 쇳덩이를 올려놓은 '어제 오늘 내일'도 눈길을 끈다. 말은 어제, 사원과 금속 구(球)는 내일을 상징하는데, 오늘의 우리 모습을 상징하는 말의 지친 표정이 현대인의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가는 "빈디를 반복적으로 이어 붙이는 연속적인 작업을 통해 예술가로서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끊임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바티 커는 1991년 넥시켓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92년 인도를 여행하던 중 그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해 현재 뉴델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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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를 통해 자화상 표현하는 고바야시 히로시의 '빛 너머(Paralumina)'전=공중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테디베어 여러 마리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채 유영하는 테디베어는 현실을 벗어나고픈 우리네 자화상을 보는 것만 같다.

내달 6일까지 통의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일본 작가 고바야시 히로시(46)의 개인전 '빛 너머(Paralumina)'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소망을 투영하고 있다. 작가는 일본 후쿠시마 태생으로 2011년 3월 쓰나미와 원전 참화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기도 하다. 원전 사고 직후 그의 부모와 가족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고향을 떠나 외딴섬으로 이주했고 자신은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방향을 잃은 인형들이 우왕좌왕하며 허공에 붕 떠있거나 아기 인형이 유모차 밖으로 튕겨 나오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비상대피'는 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는 "원전 사태 이후 정든 집과 작업실을 떠나오면서 큰 충격에 휩싸였다"며 "하지만 인간의 의지와 상관 없이 벌어진 상황이고,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림 속 인형들의 몸짓에 음악적 요소를 가미했다"고 소개했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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