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영순의 눈이야기] 노안(9)

치료 안하면 무기력증·우울증 유발

“돋보기 꺼내기가 창피해요.” 상담을 신청한 45세 주부의 첫마디다. 필자도 차트에 적힌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많이 잡아도 삼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함께 온 대학생 딸과 번갈아 봐도 모녀지간이라곤 믿기 어려웠다. 이렇듯 생활수준이 상승하고, 웰빙 열풍이 몰아치면서 이제 겉보기 나이는 눈에 띄게 젊어졌다. 더구나 의학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여성들의 관심은 더욱 높은 편. 그러나 아무리 꾸미고, 가꾸고, 운동을 한들 나도 몰래 어느새 찾아온 노안만큼은 막아낼 길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40대 중반 여성들에게 노안은 황당한 손님이다. 이들은 은행이나 공공장소에서 돋보기를 꺼내는 자체를 꺼린다. 주변을 쓱 돌아보고, 조용히 핸드백을 열어 돋보기를 집는 몇 초가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더구나 돋보기 휴대가 습관이 되지 않아 가끔씩 빼놓고 나갔을 때는 더더욱 난감하다. 한 상담자는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카드에 서명하는 순간 금액 확인을 위해 돋보기를 찾다 없자 점원이 무심코 던진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단다. 또 다른 주부도 “저는 노안 이라는 말 자체가 싫어요. 늙을 ‘노’자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게 서글퍼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받아들이지만 노안으로 인한 무기력증은 대부분 있게 마련이다. 심한 경우는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40대 주부들이 지금까지 노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돋보기를 잡는 것이 유일했다. 패션돋보기를 맞추기도 하고, 다초점 렌즈를 껴보기도 했지만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주부들에게 획기적인 노안수술의 탄생은 벼랑에서 탈출구를 찾은 기쁨인 셈이다. 부작용이 없고 원시 근시 정시 등 노안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ASA80 노안수술’에 대해 설명하니 당장 오늘 수술을 하고 싶다며 서두른다. 환자를 다독이며 검사를 진행하고, 수술날짜를 며칠 후로 잡았다. 상담을 신청할 때의 초조한 얼굴과 달리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로서도 흐뭇하다. 목까지 올라오는 말을 속으로 꾹 참았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노안수술로 돋보기 없이 살 수 있으니 말입니다.’ 박영순아이러브안과 원장ㆍeyelovei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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