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고] 원자력 경쟁력은 안전문화가 비결


올해는 '유난히'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홍수ㆍ가뭄ㆍ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숨 가쁘게 찾아오고 있다. 자연재해로도 모자라 지난 4월에는 미국 멕시코만에서 원유 시추선 사고가 발생, 서울시 면적의 약 40배 크기의 기름띠가 연안바다를 둘러싸는 사상 최악의 환경재앙이 유발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사고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8월25일 흥미로운 일이 하나 일어났다. 미국 원전운영자기구(INPO) 임원진이 대통령 직속 '원유유출사고수습대책위원회'에 초청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원전 운영자들은 1979년 스리마일원전 사고 이후 미국 원자력산업계가 원전의 안전과 성능 수준을 어떻게 높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통령 앞에서 이러한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곧 국민들이 지녔던 원자력 안전에 대한 불신을 원자력계가 털어내버렸다는 뜻이다. 안전문화의 기본은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 원자력계 또한 스리마일원전 사고 조사를 맡은 케메니위원회의 제안들을 적극 수용하고 자율규제와 동료평가를 통해 개선사항을 도출한 후 철저히 이행해왔다. 이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 원전 운영국들이 안전문화 확산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금은 다른 산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안전관리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원자력발전협회(INPO) 같은 민간 자율기구는 없지만 정부와 원자력계가 힘을 합쳐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1995년 '원자력 안전의 날'을 제정한 것 또한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은 원자력 안전의 날은 매년 정부와 산학연의 최고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전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발굴해 격려하고 '안전이 최우선의 가치'라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우리 원자력시설의 운전 성능이 해마다 꾸준히 향상돼 오늘날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크게 향상된 데는 원자력 안전의 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통해 우리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하면서도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기술(BT)에 비해 화려함이 덜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의 끈질긴 노력이 지난해 12월 드디어 결실을 얻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당시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원전 안전성'이 승부를 갈랐고 원전 수출의 기반은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곧 안전이고 해답도 곧 안전인 것이다. 결국 우리가 수출하는 것은 원자력 안전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가치관과 신념은 매우 단단해서 한번 틀이 잡히면 변하기 힘들다.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원자력업계의 신념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돼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대한민국 원자력 종사자들에게 안전은 공기와 물 같은 존재다. 안전으로 숨 쉬고 안전을 마신다. 2010년 원자력 안전의 날을 맞아 원자력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안전이라는 신념을 우리가 계속 오롯이 지켜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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