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난달 24일이후 상장사 3개 인수/신호 「괴력」 어디서 나오나

◎부도기업 골라 비용줄여/재계랭킹 20위 진입 추진/제지비중 줄이기 포석도신호그룹(회장 이순국)의 「기업인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호그룹은 지난달 24일 부실기업인 중견 건설업체 (주)삼익을 인수한 뒤 1주일도 안돼 (주)한국케이디케이를 인수했고, 이달 들어서는 환영철강을 전격 인수했다. 20여일 만에 3개의 상장사를 품에 안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에앞서 95년에는 ▲도신산업(현 신호전자통신) ▲신아(신호유화) ▲모나리자 ▲경도화학 등 4개, 지난해는 ▲동양철관 ▲영흥철강 ▲동양섬유 ▲피자인 ▲한전유화 등 5개를 새가족으로 영입했다. 만 2년도 안돼 상장사 8개를 비롯해 모두 12개 회사를 인수했다. 신호의 「팽창행보」과 관련, 재계에서는 인수자금 조달, 이순국 회장의 그침없는 인수전략의 목적 등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인수자금=이회장은 공인회계사 출신. 기업인수에서 그가 특별히 살피는 것은 두가지다. 재무구조나 사업성 가운데 어느 한 쪽만 가능성이 있어도 손을 뻗는다는 것. 『재무구조가 튼튼한 업체는 자체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사업전망이 밝은 회사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쉽다』는 것이다. 특히 이회장은 금융권에서 초기운영자금 지원을 약속받은 뒤에야 액션을 취한다. 그래서 초기에 큰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법정관리인 업체를 인수하면 채무동결에 이자도 없고, 관련은행에서 초기운영자금도 지원, 판로확보 등 경영을 잘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게 이회장의 생각이다』고 그룹 관계자는 말한다. 부도업체가 아닌 기업을 인수할 때는 경영권 확보의 최소지분만 인수한다. 소요자금은 그룹의 3개 금융사 등 계열사에서 조달할 수 있어 큰 부담이 안된다. 그래서 신호는 자금조달의 배경에 대한 의혹을 단호히 부정한다. 『정치권이나 이회장 친형인 이순목 우방회장의 도움은 받는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청주민방사업자 탈락이 이를 잘 말해준다.』 신호그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잇단인수의 배경=이회장의 「3대목표」가 그 이유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천억원, 계열사는 국내 29개, 해외 11개 등 모두 40개나 된다. 이 가운데 상장사는 모두 11개. 이회장의 첫번째 목표가 상장사 20개 확보다. 최근 잇단 상장기업 인수는 이런 목표달성을 위한 것이다. 두번째 목표는 2001년 재계랭킹 20위권 진입이다. 신호는 지난 95년 「신호비전 2000」을 선포했다. 제지비중을 20%선으로 낮추는 대신 철강, 금융, 전기전자, 건설, 물류부문 등에 적극 진출하기로 했다. 최근 인수한 삼익, 한국케이디케이, 환영철강은 사업다각화 목표에서 나온 것이다. 신호그룹 관계자들은 이런 목표는 팽창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세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 그것은 누구나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회장은 『이땅에 새로운 기업상을 제시하겠다』고 말한다. 「인수합병의 귀재」보다 다음세대에 제대로 된 기업을 넘겨주기 위한 토대를 닦은 경영자로 남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도 살려야한다』는 이회장 특유의 「기업생명체론」과 『때가 되면 과감히 물러나겠다』는 「무소유경영론」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한편 신호는 인수에 따른 파견인력 등 관리력의 한계와 인력투자·사원복지 등 내실화도 재검토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제기, 계속될 외형성장과 내실다지기의 조화문제가 새로운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홍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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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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