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정도(政道)'를 가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정즉인(政卽人)'이다.
'정즉인'은 '정치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정치'라는 의미로 조선후기 무역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상도(商道)'에서 말하는 '상즉인(商卽人)', 즉 '장사는 곧 사람이며 사람이 곧 장사'라는 덕목을 정치에 치환한 것이다.
정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그동안 서구 정치문화의 영향으로 '인간을 위한 사회'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인간'을 먼저 생각해왔다. 정치의 맨 앞자리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곳에 국가와 개인의 관계, 사회와 개인의 관계 설정 문제가 먼저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정치의 역할이 데이비드 이스턴이 말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나 한스 모겐소의 '타인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지배' 같은 일로 여겨지게 됐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구는 그러한 기계적ㆍ기술적 역할이 아니라 의(義)와 덕(德)을 추구하고 용서와 은혜의 거듭남을 통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소설 '상도'에서는 그것이 장사를 매개로 구현된다. 욕망의 한계를 깨닫고 절제를 통해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자족이야말로 최고의 거부가 될 수 있는 상도라는 것이다. 자족을 앎으로써 '상업이란 이(利)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널리 홍익인간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족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임상옥은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유언으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종자돈뿐만 아니라 공금까지 보태는 등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다 털어 한 여인의 생명을 구했고 그 여인은 후에 고관대작의 부인이 돼 임상옥을 도와준다. 이를 통해 '상도(商道)'는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버렸지만 결국 그러한 옳은 일은 크건 작건 그냥 사라지는 법이 없이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게 돼 있고 그와 반대로 옳지 않은 일은 크건 작건 그냥 사라지지 않고 꼭 나쁜 열매를 맺게 돼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은덕을 절대로 잊지 않는 일은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 여인 또한 의인이라 할 수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장사에 '상도(商道)'가 있듯 정치에도 '정도(政道)'가 있다. 모든 정치적 행위는 결국 인간을 위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해관계만을 좇지 않고 사람을 살피고 휴머니티를 근본으로 삼는 정치라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초에는 용서와 은혜의 거듭남을 통해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자리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정치,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