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이나 리포트] 서해와 맞닿은 곳에… 중국 동부연안 원전건설 괜찮을까

"스모그 벗어나자" 2020년까지 100기로 확대

안전사고 발생땐 한반도 직접피해 우려

"中원전관리 걸음마 단계" 국제사회 감시 필요

중국 동부 저장성에서 가동 중인 원전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동부연안에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내에서는 물론 서해를 사이에 두고 이 지역과 맞닿은 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개를 결정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부연안에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리커창 총리의 발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우리 국민들에게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8일 리 총리는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첫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적인 표준에 따른 안전 확보를 기초로 적절한 시점에 동부 연안 지역에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 건설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설립된 국무원 산하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원자바오 전 총리 주재로 그 해 4월 첫 회의가 소집된 이래 이번이 두 번째 회의다. 중국은 현재 17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29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잠했던 중국이 동부연안 지역에서 원전 건설을 재개하면 2020년까지 중국 대륙에는 100기가 넘는 원전이 자리를 잡게 된다.

◇스모그를 피하려는 위험한 선택= 중국이 원전 재개를 결정한 가장 큰 원인은 베이징을 포함해 중국 대륙의 15%를 뒤덮은 스모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석탄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춰 대기오염을 줄이는 한편으로 산사태나 지진에 취약한 수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대안은 원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중국 원전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냐는 점이다. 국가핵안전국은 중국 원전이 국제기준 안전지수에서 세계 선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중국 내에서도 팽배해있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동부연안의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는 직접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전보다도 중국 원전이 눈앞에 닥친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원전 전문가인 로빈 그라임스 영국 임페리얼대 교수는 "중국이 핵무기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일지 몰라도 원전 관리ㆍ운영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며 "국가간 또는 국제기구 차원에서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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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전의 안전성은 해외 진출지역에서도 논란이다. 지난해 10월 영국이 중국의 투자유치를 조건으로 원전시장을 중국에 개방하자 영국 시민들은 불안에 빠졌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원전 운영권을 중국에 넘길 경우 시설의 안정적인 가동은 물론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전력노조는 투명하지 않은 중국 기업에 에너지 인프라를 맡기는 것은 국민을 위험 속에 방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차이나 달러 등에 업은 중국 원전=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원전 확장에 대한 비판에도 중국은 정책적 지원과 차이나 달러를 등에 업고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등 동남아시아과 남아공 등 세계 원전시장으로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자체 기술에 기반한 중국형 원전 수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키스탄 카라치에 기공한 2,200MW급 원전에는 중국핵공업그룹이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3세대 첨단 원자로 ACP1000 2기가 투입됐다. 파키스탄 원전건설 비용의 80%는 중국은행들의 대출로 충당된다. 지난해 리 총리의 루마니아 순방 당시 체르나보다 원전 3ㆍ4호기 건설 협력 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차이나 달러의 힘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힌 독일, 프랑스, 체코 등의 전력회사를 제치고 중국은 총 투자비 51억달러의 40%를 대줄 예정이다. 중국광둥핵전그룹은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베트남·태국 등과도 원전 건설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토륨 원전으로 방향 선회하는 중국= 원전 재가동에 앞서 중국이 찾은 새로운 에너지원은 토륨 원전이다. '타지 않는 불꽃'으로 불리는 토륨은 같은 방사성 핵연료이지만 우라늄과 성질이 다르다. 우라늄은 적당한 에너지의 중성자만 있으면 핵분열을 일으켜 유지된다. 한번 불만 붙여주면 계속 타오르는 원리인 셈이다. 하지만 토륨은 핵분열의 연속성이 없어 중성자를 따로 공급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토륨의 단점은 장점으로 부각됐다. 토륨 원전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저절로 꺼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스모그 해결을 위한 신에너지로 토륨 원전을 선택했다. 당초 계획보다 15년이나 앞당긴 2024년까지 상업가동이 가능한 토륨 원전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방사성 폐기물배출을 줄이고 사고 발생시 안전성이 높다는 토륨 원전의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를 손상시킬 수 있는 고도의 부식성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점과 중성자 공급을 위해 극도로 높은 온도에서 원자로를 가동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중국 내 한 전문가는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우라늄보다 토륨 매장량이 3배나 많지만, 토륨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며 "문제점은 많은데 남은 시간은 적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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