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9일] 무엇을 위한 개발인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 앞에서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 5분만 걸어 들어가면 정릉3구역 스카이 아파트가 나타난다. 지난 1971년 입주한 아파트로 지어진 지 37년 된 노후주택이다. 외벽 곳곳에 논바닥처럼 금이 갔고 붕괴를 막기 위해 층 사이마다 철제 빔을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지난해 7월 안전진단을 실시해 현재 남아 있는 5개 동 전부 최하등급인 D~E등급을 받았고 올 1월 성북구청은 이주명령을 내렸다. “(스카이 아파트가) 오늘 당장 무너진대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인근 주민이 있을 지경이다. 생존권이 의심되는 환경. 하지만 이곳에는 현재 세입자 40여가구 포함 총 60여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다. 입주자들이 불안에 떨면서도 스카이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이 재개발 예정 지역이기 때문이다. 2004년 말부터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3.3㎡당 거래가는 2,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투자자와 원주민 모두 ‘대박의 꿈’에 젖었다. 문제는 이곳의 재개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이 자연경관지구로 묶여 5층으로 층고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설립추진위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진행해도 총 417가구인 조합원 몫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연경관지구는 도시계획의 큰 틀에서 재조정하는 것으로 조합원 간 합의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입장이고 성북구 역시 이주를 결심한 입주민에 대해 임차비용 3,000만원 융자와 이사비용 50만원을 제공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은 교통 등 생활환경과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을 재정비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박을 좇아 생존권 위협을 감내하는 입주민이나 관련 규정만을 들어 열악한 현실을 외면하는 관할 관청 모두 정작 삶의 질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삶의 질보다 프리미엄이 더 중요하고 실제 주민의 삶보다 관련 규정 챙기기에 더 열심인 재개발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흉물처럼 들어선 스카이 아파트만이 본래의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재개발 사업의 우중충한 상징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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