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사가 만사다

인사가 만사라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인사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그것은 역대 대통령의 첫째가는 실정의 원인으로 '인사의 망사(亡事)'가 꼽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믿고 맡기는 인사 되기를 인사의 중요성에 관한 성현의 말씀 중에 '먼저 맡김이 있고, 작은 허물은 용서하고, 현명한 인재를 기용하라(先有司 赦小過 擧賢才)'는 것이 있다. 공자의 제자인 중궁(仲弓)이 노(魯)나라 총리가 되고 나서 정치의 도리를 묻자 공자가 준 가르침이다. 중궁은 이중 어떻게 현명한 인재를 발탁할 수 있는지를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한 공자의 답은 '네가 아는 바대로 쓰면,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擧爾所知 爾所不知 人其舍諸)'라고 했다. 풀어 말하면 알아서 인재를 옳게 쓰면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추천도 하고 제 발로 찾아오는 인재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서경(書經) 대우모(大虞謨)에 익(益)이라는 사람이 '어진 이에게 맡겼으면 딴 생각을 하지 말고, 간사한 사람을 버리기를 주저하지 말며, 의심스러운 꾀는 이루지 말라(任賢勿二 去邪勿疑 疑謀勿成)'고 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5패(覇)의 한 사람인 제(齊) 환공(桓公)과 재상인 관중(管仲)의 대화 속에는 이런 말도 있다. 환공이 나라를 제패하는 데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관중은 '어진 이를 쓰지 않는 것, 어진 것을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것, 쓰면서도 맡기지 않는 것, 맡기기는 했으나 다시 소인배가 참견하게 하는 것(不用賢 知賢而不用 用而不任 任而復以小人參)'이라고 했다. 이 세 가지의 고사에서의 일관된 주제는 사람을 고르는 데 신중을 기하되 일단 맡겼으면 전폭적으로 신뢰를 주라는 것이다. 인사의 어려움은 임명권자가 어진 줄 알고 맡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의심으로 흔들리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임명권자의 인재를 보는 눈과 쓰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대 정부의 인사의 난맥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잦은 개각이다. 사람을 기용함에 있어 신중하지도 않았고, 기용한 뒤에는 맡기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을 썼거나 인사의 기준이 자의적이었던 나머지 심지어 신세 갚기 차원의 인사도 없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연ㆍ학연, 그리고 가신그룹 등에서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이런 낡은 관행들을 타파하는 것을 정치신조로 삼아왔고 그 힘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인사 스타일도 믿고 맡기는 타입이며 일을 하다가 저지른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한 실수에는 단호하다는 평판이다. 노 당선자가 가장 크게 신세를 진 '노사모'만 하더라도 자리를 바라고 뛴 것이 아닌 자원봉사자 그룹이다. 그것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진영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노사모의 정치세력화설도 있지만 해체설과 함께 명칭을 '노감모(노무현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바꾸자는 얘기가 더 많다는 것을 보면 그들이 노 당선자의 정치적 행보에 부담이 되는 처신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가 크게 신세를 진 사람 중에는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도 있는데 절묘하게도 투표 직전에 그가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이것마저 큰 부담을 덜었다. 組閣에 쏠린 국민의 관심 새 정부의 성패는 일차적으로 조각(組閣)을 통해서 가늠될 수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에게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공평무사ㆍ적재적소의 인사를 구현할 여건이 조성돼 있기는 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게 인사다. 지역ㆍ이념ㆍ세대간의 조화를 이루는 국민대통합의 인사여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조각 멤버들과 임기를 함께한다는 자세로 신중하게 인재를 발탁해 믿고 맡기기를 바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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