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12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국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현직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56년의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15분부터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정지됐고 고 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기 시작했다.
총선을 불과 33일 남긴 시점에서 노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정국은 엄청난 회오리 속에 빨려들 것으로 보이며, 이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또 탄핵 반대 세력과 찬성 세력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극심한 국론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고 건 대통령 권행대행이 국정을 맡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전까지 권력의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국정운영의 차질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행정수도 이전 등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결정 지연이 예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ㆍ사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경위들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낸 가운데 실시된 이날 탄핵안 표결은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에 따라 국회는 이날 오후 5시15분 청와대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함으로써 이 시각 이후부터 노 대통령은 권한행사가 정지됐다. 헌재의 탄핵여부 결정이 날 때까지 대통령은 직위는 유지할 수 있지만, 직무는 고 대행이 맡게 된다. 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 체결ㆍ비준권등 헌법과 법률상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국정운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견서를 제출받은 뒤 180일 이내에 전원재판부를 개최해 재판관 9인 가운데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며, 부결되면 탄핵안은 폐기된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13일 오후2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3당 대표 회담을 갖고 고 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조속한 정착을 위한 지원과 시국수습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제안으로 열리는 대표회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후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고건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입장을 밝힌 뒤 “다른 당 대표들과 만나 의회 입장에서 어떻게 정부를 도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양식과 양심을 믿는다”면서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날의 사태를 `3.12 쿠데타`로 규정하며 소속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안의식기자, 김민열기자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