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에 아연도금강판 사용 비율이 차등 적용됐다’는 한 매체 보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현대ㆍ기아차는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유례없이 강한 어조로 해당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현대ㆍ기아차는 31일 “지난 2006년 말부터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해 국내 차량에도 수출차와 동일하게 아연도금강판 비율 70% 이상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ㆍ기아차가 2006년까지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차량은 아연도금강판을 70% 적용한 반면 내수용 차는 일반 강판으로만 만들었고, 2011년 들어서야 40% 정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한 신문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2006년 말부터 ‘쏘나타’ 급 중형차 이상 차량에 대해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70% 이상 적용해 왔으며 2011년부터는 승용차와 RV 전 차종에 70% 이상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연도금강판은 냉연강판에 아연을 도금한 제품으로 녹에 강하고 도장이 잘 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 냉연강판에 비해 15% 가량 비싸지만 내식성이 강해 눈길에 뿌리는 염화칼륨이나 습기로 인한 차제 부식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의 아연도금강판 사용 비중이 늘어 통상 철강업계가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이는 곧 아연도금강판공장(CGL)을 짓는다는 것을 의미할 정도가 됐다. 그러나 철강업계에 따르면 아연도금강판을 많이 쓰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부품의 기능과 성격에 따라 냉연강판과 함께 열연강판도 일부 사용된다.
현대ㆍ기아차는 “한국은 겨울철 적설량이 적어 ‘방청 무관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방청 가혹 지역인 미국, 유럽과 동일한 수준으로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자동차 업계는 일반적으로 미국 ‘부식공업회’(NACEㆍNational Association Corrosion Engineers)가 작성한 전 세계 부식지도를 참고해 지역 특성에 맞게끔 자동차를 설계한다. 부식지도는 ▦미국과 유럽은 ‘방청 가혹 지역’으로 ▦동남아시아ㆍ일본ㆍ아프리카 해안 등은 ‘방청 지역’으로 ▦한국과 중국ㆍ호주 동부 등은 ‘방청 무관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방청 무관 지역인 한국에 판매하는 차에도 방청 지역 수준인 70% 이상의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적용한 것은 최근 겨울철 이상 기온으로 일부 지역에서 폭설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차량의 상품성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의 품질이 다르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