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정직종 독주막게 구성 다양화를"

醫-政 백신논쟁 무엇이 문제인가(6)<br>'의사일색' 예방접종심의위원회<br>5기위원 15명중 대학병원 의사들이 11명 차지<br>개원가 전문의도 없어 "정책결정 사유화" 비판<br>위촉되면 2~3회 연임…운영시스템에도 문제


국가예방접종심의위원회가 경륜 있는 개원가 전문의나 다른 직종 전문가들은 배제한 채 특정 대학병원 의사 중심으로 구성돼 인력의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예방접종심의위원회(KACIPㆍ이하 예방접종위원회)는 예방접종 대상의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95년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복지부장관 자문기구다. 그러나 형식은 자문기구이지만 예방접종이 필요한 전염병의 지정과 취소 등 전염병 관리에 대한 정부정책을 총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백신을 수입ㆍ시판하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제5기(2003년 8월12일~2005년 8월11일) 예방접종위원은 총15명. 당연직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부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 등을 제외한 12명이 의사이고, 12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병원 소속이다. 이에 따라 생물학자ㆍ화학자ㆍ법조계ㆍ소비자단체ㆍ시민단체ㆍ언론계ㆍ간호학계ㆍ제약업계 관계자들을 보강, 특정 직종의 ‘사유화’를 막고 위원의 선정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은 우리 나라와 비슷하게 운영되지만 부가 장치를 철저히 가동함으로써 특정직종의 정책결정이나 독주를 막고 있다. 인력이 일부 직종에 편중됐을 경우 국가예방접종사업의 객관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여론수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예방법시행령에 명시된 심의위원은 당연직 정부인사 외에 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예방접종 전문가, 전염병분야 전문가, 면역학분야 전문가, 접종 후 이상반응 분야 전문가, 접종등록분야 전문가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방접종위원은 설립 초기부터 개원가의 경륜 있는 인사나 다른 직종은 철저히 배제하고 대학병원 의사 중심으로 구성됐다. 제1기(1995.2월23일~1997년2월22일ㆍ15명)와 2기(1997년 2월23일~1999년 2월22일ㆍ15명)의 경우 법조계 인사 1명을, 제3기(1999년 2월23일~2001년 2월22일ㆍ15명)에는 법조계와 소비자단체 2명을 위촉했을 뿐이다. 물론 제4기(2001년 4월19일~2003년 4월18일ㆍ20명)에는 법조계ㆍ소비자단체 등 4명을 위촉했지만 당시에는 위원을 20명으로 늘렸기 때문에 ‘대학병원 의사들의 몫’에는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위원으로 있거나 한번 위원으로 위촉되면 2~3번 연임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인력운영 시스템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 같은 특정직종과 인맥의 편중은 직접적으로 국민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 루비니 MMR 백신의 볼거리 항체 생성률에 문제가 있다는 국내 언론보도가 처음 나간 후 관련 백신의 국내허가 취소결정이 내려지기까지 6개월 가까이 걸렸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당시에는 WHO도 “루비니 백신은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고, 싱가포르 정부도 1999년 국내허가를 취소했지만 한국 보건당국과 예방접종위원회는 오랜 기간을 ‘충분한 심의’로 낭비했다. 일반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는 알리지 않은 채 ‘충분한 심의’만 하는 동안 수십만 명이 ‘물백신’을 접종 받은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더구나 백신을 수입했던 제약사의 요청으로 관련 의약품의 국내 임상시험을 담당했던 대학병원 의사가 위원으로 활동했다면, 판단하기에 따라 위원회의 공신력에도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 국립보건원(현재 질병관리본부)은 문제의 백신을 접종 받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후 후속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으나 3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공식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심의위원의 경우 위촉당시 제약회사와 업무상 계약관계 또는 주식보유 등 개인자산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공개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는 규정은 사문화된 조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운영세칙 5조 2항에도 ‘위원은 현재 자신의 재정적 또는 업무상 이해관계와 밀접한 안건이 있을 경우 위원회 개최 시마다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위원장 직권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위원 대부분이 의사인데다가 선후배 등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직종의 다양성을 기하지 않고서는 이 조항역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원이 특정 안건에 자신의 재정적 또는 업무상 이해관계를 사전에 밝히지 않고 의결에 참석했을 경우 해당 위원의 의결은 무효이며 무효처리 의결 수가 출석위원의 1/3을 초과할 경우 위원장은 신속히 임시위원회를 소집해 해당안건의 재심의를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당위원의 위원 해촉 또는 임면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그저 규정에 그칠 뿐 제 기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예방의학)는 갹?퓽㎰廢?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일부 의사들도 알고 있지만 누가 먼저 문제를 제기할 분위기도 아니고, 보건당국역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골고루 참여 시켜 쓸데없는 의심이나 눈총은 받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위원회가 의료인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성과 객관성ㆍ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며 의사결정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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